앵커: 민간 연구단체인 국제위기그룹(ICG)이 지난달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간 대화재개가 당장은 어려울 순 있어도 향후 1년 안으로 외교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벨기에(벨지끄)에 본부를 둔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이 전 세계 분쟁 상황을 평가한 ‘8월 위기감시 전 세계 분쟁 추적’(CrisisWatch Tracking Conflict Worldwide – August 2019) 보고서를 2일 공개했습니다.
이 기구는 이번 8월 보고서에서 남한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불변 상황’(unchanged situation), 즉 전반적으로 정세가 특별히 악화되거나 또는 개선되지도 않은 국가로 꼽았습니다.
앞서 지난 6월 보고서에서는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반도 위기상황을 ‘개선된 상황’(improved situation)으로 평가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달 내내 발사체를 시험발사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게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인 서한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군사훈련 종료 이후 이제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미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지난달 2일, 6일, 10일, 16일, 24일 기습적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play down)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기관의 크리스토퍼 그린(Christopher Green) 한반도 수석고문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났다고 해서 미북 간 비핵화 대화가 바로 재개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미국 대선이 있는 내년까지는 미북 간 외교적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린 수석고문 : 저희는 향후 12개월 정도 안으로 (미북 간) 외교적 진전을 위한 추가적인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북 양국이) 이러한 기회를 잡고, 한반도에 대한 창의적인 제안이 받아들여지길 희망합니다.
다만, 그는 지난해 초 미국과 한국이 대북관여를 시작했을 당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면밀히 고안되진 않아도 한반도 정세 개선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로부터 일년 반 후인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서투른 외교정책으로 인해 한반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도,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한미연합 군사훈련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4일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서 전년대비 7% 이상 국방비를 증액하고 F-35B 전투기 20대까지 탑재 가능한 대형 수송함 건조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7월 31일 한국 임진강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추정) 남성의 시신을 인계하겠다는 한국 정부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의 실패(breakdown)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