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항모회항에 미사일 맞대응...핵무력 과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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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지난 5일 한국 동해로 다시 전개되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대응 한 것은 핵무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0일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을 마친 뒤 일본 해역으로 이동한 미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지난 5일 한국 동해 공해상으로 회항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대북메시지인 셈이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6일 오전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달 23일 미 항모가 부산에 입항한 이후인 25일부터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미 항모가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을 마치고 돌아간 직후인 지난 1일과 4일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미 항모가 전개됐음에도 북한이 수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로 대응한 것은 유사시 한반도로 증파되는 미 전력에 핵무력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특히 북한이 미국과 같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과시하려 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곽길섭 국민대 교수 :과거 같으면 (북한이) 수세적인 입장이었을텐데요. '항모가 전개되더라도 우리의 (핵강국을 향한) 단호한 의지는 변화가 없다', '항모가 무섭지 않다', '우리는 핵보유국이다' 이런 것들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각인시키려고 하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실제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어느정도의 판단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외부 상황과 관련없이 핵강국으로 가기 위한 절차대로 간다는 의지표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가운데 조만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7차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도 지난 5일 북한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이는 단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16일 시작되는 중국의 전당대회 이후부터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의 중간선거 기간 즈음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기간으로 중국 전당대회이후부터 미국 중간선거 사이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미국 중간선거 기간에 아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7차 핵실험이든 둘 중에 하나는 꼭 감행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기간에 감행하지 않더라도 올해 안에는 7차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반면 북한이 7차 핵실험 감행의 모호성을 장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른바 ‘마지막 카드’인 7차 핵실험의 조짐만 내비치면서 한미의 피로감을 높이고 핵보유 국가로서의 지위도 공고히 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곽길섭 교수는 “이미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효과를 보고 있는 북한이 마지막 카드인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로선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움직임, 즉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수준으로도 대외에 충분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남북 간의 대화도 장기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특히 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정상회담 수준으론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현재의 북한은 핵보유국이니까 핵포기를 요구하지 말고 일정수준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한 적당한 타협을 하자는 겁니다. 그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에 나오겠지요.

일각에선 미 행정부 교체, 한국의 총선 등이 진행되는 2024년까지 이른바 ‘강 대 강’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곽길섭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 회담이 아닌 핵군축 회담을 중간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일단 바이든, 윤석열 정부와 대화하지 않고 미 대선, 한국 총선 국면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로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도 낮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도 이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