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는 올해 북한의 미사일 활동이 지난 38년간 가장 활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8일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KINU) 주최로 열린 ‘김정은 시대 북한 변화의 리얼리티’ 월례토론회.
발표에 나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이 올해에만 총 39회로 공식집계가 이뤄진 1984년 이후 38년 중 연간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지난 38년간 총 183회의 핵실험 및 미사일 활동을 했으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최다 활동 연도는 25회를 기록했던 2016년, 18회를 기록했던 2014년이 뒤를 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또 지난 38년간 식별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건수는 176건, 발사량은 약 434발이었는데 이중 김정은 집권 시기인 2012~2022년에 83%(미사일 발사건수 146건, 발사량 약 360발)가 집중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집권 시기는 활동 횟수 및 다양성, 무기의 다종화 등 모든 측면에서 이전 시기와 확연히 구분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실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핵ㆍ미사일 활동 패턴을 2013~2017년 11월까지의 핵무기 1차 고도화기와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의 2차 고도화기로 구분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1차 고도화기에는 다발성 단거리 미사일에서 단발성 장거리 미사일로 이어지는 발사 패턴을 보였고 모방, 계량의 반복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확보해갔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2차 고도화기에서는 신형 단거리 미사일 개발과 극초음속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및 실전화, 화성 12형 등 중거리급 미사일 실전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2차 핵무기 고도화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동시적으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대체로 미사일 종류별로 1~3발의 실험용 발사가 이어져 진화적 모델 업데이트를 하면서 개발 시스템의 안정성이 일정 부분 확보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함께 홍 실장은 집권 이후 김정은의 핵ㆍ미사일 활동 참관 횟수가 총 61회로 42% 참관율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은 핵ㆍ미사일 발사 실험이 실패했을 때는 김정은 참관을 비공개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홍 실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소가 현재 51곳으로 2017년 7월(30곳)에 비해 약 21곳 증가했다고 밝혔고 특히 평안남도ㆍ평안북도에서 미사일 발사장소 6곳이 추가됐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에 나선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군사력 구조가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지상군 전력체계에서 미사일 중심 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황 교수는 또 “북한의 미사일 전력 구조가 고도화ㆍ현대화되어가는 경로는 이미 완성되어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어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황 교수는 지난 5년 사이 북한의 평안남도ㆍ평안북도에 미사일 발사장소 6곳이 추가된 것과 관련해서는 이 지역의 인구가 비교적 많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북한이 전략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 : ICBM들의 생존성을 유지하고 미국으로부터의 핵 보복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북한이 인구밀집 지역을 (미사일 발사장소로) 활용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아주 과감하게 해봅니다.
이날 오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개최한 제32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북한이 한국의 모든 지역에 핵 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갖췄고 신형 미사일들이 작전배치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과시”했으며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해 이론적 토대까지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타협을 선택할 때까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 중반까지 한반도 안보위기 지수가 절정에 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북한이 당분간 핵능력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2024년 한국 국회의원 선거,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핵ㆍ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한미 양국에 대한 강압능력, 교섭능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는 게 정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통일과국제평화센터장은 신냉전구도와 미중대립이 강화될수록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동북아 국제관계가 북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도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적다고 예상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