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강대강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재발사하고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한 배경에 대해 “새로 출범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미국과 더 큰 협상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백 교수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국을 압박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를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북한이 도발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만 백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제재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백 교수는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적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가,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는 독자적인 대북제재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 :러시아의 태도나 중국의 태도를 봤을 때 새로운 추가적인 유엔 제재는 불가능해 보이고 힘들어 보입니다. 미국과 서방국가 또 한미일이 협력하는 독자적인 집단 제재로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에 러시아에 대한 국제제재가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북한을 강도 높게 더 제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 교수는 또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쳤습니다. 백 교수는 북한이 7차 핵실험에서는 핵의 종류를 다변화하고 탑재 중량을 높이는 핵무기 고도화 실험을 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와 함께 백 교수는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기만전략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철저히 속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차기 한국 정부는 다시는 북한의 기만전략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가 강대강 대치 구도로 갈 것이라는 백 교수의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신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형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신 국장은 북한이 화성 17형을 추가 시험발사한다면 정상각도로 일본 열도를 넘겨 사거리 5000km 정도의 준실거리 발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신 국장은 나아가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 남북 군사합의 등 기존의 합의를 모두 파기하며 긴장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 :앞으로 한미와 북한과의 관계가 계속 긴장상태로 지속된다면 북한이 어제 발사한 화성 17형 ICBM을 재발사한다든지 또한 화성 17형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해서 일본 열도를 넘겨 사거리 5000km 정도 준실거리 발사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평양공동선언에 이어 남북군사합의까지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신 국장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이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신 국장은 중국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통해 다시 한 번 강력한 힘을 과시한 미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대북제재에 동참한다면 북한의 행동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수준과 관련해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탑재 능력까지는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관련 테스트 횟수도 부족하다면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또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탑재 능력까지 확보한다면 한국이 미국의 구멍난 핵우산을 신뢰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의 핵 고도화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면 한국 역시 핵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한국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현재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으로는 북한과 중국의 핵탄두 공격을 막을 능력이 안 된다며 핵균형 달성을 위해 미국이 반드시 한국과 일본의 핵보유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미국도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 중국에 핵균형을 이루는 방안에 대해서 진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미국의 MD 능력으로서는 북한이 핵탄두를 갖고 공격하거나 중국이 핵탄두를 갖고 미국을 공격한다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그것을 막을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이나 일본이 핵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비춰준다고 하면 중국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지금보다는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정 센터장은 또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미 양측 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가 현재 없다며 보다 확실한 확장억제 내용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정 센터장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했고 구체적인 시기는 오는 9월 9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이전이 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한편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형이 아닐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탄도 중량을 줄여 고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화성 17형이라고 속여 발표했을 가능성도 아직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