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문재인 정부 3년 간 이행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고 멈춰있는 북한 비핵화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7일 서울에서 주최한 토론회.
한국의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3년간의 대북정책을 평가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 대화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한국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 논의를 재개하기 위해선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 더 나아가 해제하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성한 전 한국 외교부 차관: 북한의 현재 시야는 여전히 워싱턴을 향해 있습니다. 서울을 향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등을 통해서 어떻게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를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새로운 길'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오는 11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전에 움직여서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5·24조치 완화·해제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호응해 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한국 정부는 미북관계를 촉진하는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는 먼저 대북제재를 풀면 북한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제재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덕민 전 한국 국립외교원장: 북한과 현재까지 협상해올 수 있었던 유일한 재료이자 지렛대는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입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한 지속적으로 전략적인 손실,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제재의 틀을 견지해야만 10년이든 20년이든 비핵화를 추진해나갈 수 있습니다.
윤 전 원장은 지난해부터 북한이 시험해 온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4종류의 신형 무기들은 결국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북한의 목표는 이 같은 전력을 고도화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북한의 전력 고도화로부터 한국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억제력을 구축하고, 여기에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는 지원책까지 조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남북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국 국방부 차관을 지낸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책들은 미북관계가 정체됨에 따라 제시된 방안들이라며 남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해보자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남북 관계를 미북 대화에 앞세우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최근의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를 감안하면 남북 간 보건의료협력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서주석 전 한국 국방부 차관: 대북제재가 엄존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남북한이 풀 수 있는 것은 보건의료협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전 차관은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해인 올해 남북 이산가족의 상시적인 화상상봉 등 인도적인 협력이라도 우선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제안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의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는 계속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 내부적으로 핵무기를 유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신형 코로나로 인한 대화 지연까지 겹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이 길어지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보건의료협력과 인도적 지원문제를 포함해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이후 질의응답에서 멈춰 있는 미북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의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는 한국 통일부의 입장 표명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습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의 말은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한 국제 연대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이며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국 정부가 5·24 조치 관련 발언을 한 것은 올해 안에 남북관계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대북제재라는 큰 틀은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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