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한국 핵보유 시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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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핵무장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이 미국보다 한국의 핵을 의식하게 될 것이며 북한의 핵ㆍ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한국 내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4일 ‘6.15 공동선언 22주년과 제2의 6.15시대를 열기 위한 조건’이라는 글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된 현 시점에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 비핵화가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면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핵무장을 통한 남북 간 핵균형 실현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이 핵을 보유한다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미국에 대한 한국의 안보 의존도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정치권의 결단과 미국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덜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고 밝혔고 “한국 국민들 다수는 핵무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대국민 설득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월 21일 발표한 한국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71%가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의 핵무장 안이 그동안 극우의 주장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한국의 진보세력들도 이를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남북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제2의 6.15 시대를 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6.15 공동선언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첫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발표한 공동선언으로 만약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핵균형을 토대로 남북교류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 센터장의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 센터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북한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있지만 한국이 핵보유를 통해 자신감이 생긴다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반대하는 의견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만약 한국도 핵을 갖게 된다면 한국은 북한보다 더 많은 핵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것을 갖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것이라는 그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정 센터장은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멀리 있는 미국이 아닌 가까이 있는 한국의 핵이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굳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나아가 “남북 간 군비경쟁을 막기 위한 북한의 핵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고 상호 일정 수준 이상의 핵을 갖지 않는다는 핵 감축 협상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지나친 군비경쟁을 막기 위해서 북한의 핵 실험 중단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요. 일정 이상의 핵을 갖지 않는다는 핵 감축도 이뤄질 수 있고요.

한국의 핵무장 방법과 관련해서 정 센터장은 한일 공동 핵보유 추진 방안과 국익 기여 강조를 통한 주변국 설득 방안을 꼽았습니다.

정 센터장은 대중견제에 있어 핵심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함께 핵무장을 추구하면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핵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 영국, 인도의 존재가 미국이 세계 각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기여하는 것처럼 한국의 핵무장이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 역시 13일 ‘한미정상회담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가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기조로 유지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미 간 확장핵억지력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한반도 위기 고조시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ㆍ전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한미일 3국 간 확장억제협의체를 구성해 보다 통합적인 억지력 강화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