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굳게 닫혀있던 북중 국경도시 내 중국 식당과 상점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자 북한산 밀수품이 몰래 하나 둘씩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알벗 기자의 보도입니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의 한 가정집에서 대게 손질이 한창입니다.
살아있는 이 게들은 모두 알을 밴 암컷들로 매년 12월부터 3월 말까지 북한 앞바다에서 잡히는데, 올해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북중 국경이 닫히면서 안 보이다가 최근들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정착안 탈북자 김 모 씨는 17일, 연길시에 사는 중국인 지인이 같은 날 밀매상인인 동생으로부터 구입한 북한산 대게라며 동영상을 찍어 보내 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이 밀매상인은 예전부터 북한산 제품을 떼어다 중국에서 팔거나 택배를 이용해 해외로 판매해 왔는데,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북한 측이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북한산 제품의 밀거래가 중단됐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북한 상인들과의 연락이 이어지면서 중국 측 세관원들의 묵인 하에 밀거래가 다시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이 밀매상인은 밝혔습니다.
대게 등 북한산 해산물의 중국 수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사항이기 때문에 공식 절차를 밟아 할 수는 없지만, 중국 상인이 주문한 물건을 북한 상인이 훈춘 세관까지 가지고 오면 북한에 건너가지 않고 넘겨받는 방법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중 국경지역 사정을 잘 아는 또다른 한국 소식통은 18일, 중국 내에서 한창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할 당시 중국 정부가 북중 국경 인근 지역의 식당과 상점의 문을 닫게 해 모든 물품 거래가 중단됐지만, 최근 영업정지와 대중교통 운행중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다시 북한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북중 간 밀거래 재개와 관련해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주민들이 신형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밀수출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과 같은 나라는 정권의 정책 때문에 경제상황이 상당히 열악한데요. 어쩔 수 없이 공식적으로 수출을 하진 않지만 밀수출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의 느슨해진 관리감독 분위기를 틈타 북한산 제품의 밀거래가 다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대북제재 위반행위 감시는 물론 자칫 발생할지도 모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에도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