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상호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윈 책임연구위원은 2일 한국의 경제사회연구원이 온라인으로 주최한 대담을 통해 한국 정부가 상호주의에 기초한 대북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호주의는 정치학자 로버트 액셀로드에 의해 체계화됐으며 상대방이 협력을 하면 자신도 협력을 하고 상대방이 배신을 하면 자신도 배신을 하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한국 통일부 홈페이지의 개념 설명에는 ‘서로 간에 주고 받는 것’이라고 제시됐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북한은 국제환경이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내부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대화 국면에 나왔다며 북한과 이뤄진 대부분의 합의는 6개월 이상 지켜진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합의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한국 정부 역시 제대로 대응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똑같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상호주의를 북한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합의한 것에 대해 북한이 실제로 이행을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 역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윈 책임연구위원 :북한이 신뢰구축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실질적으로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죠. (북한이)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우리도 똑같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우리는 좀 정책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뭐냐 하면 상호주의예요. 너를 못 믿고 너도 역시 나를 못 믿기 때문에 우리가 합의한 것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했는지를 확인하는 거죠.
이 연구위원은 또 북한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며 대화에 나서야 하는데 현재 한국 정부는 지나치게 북한과의 대화 자체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평화 지키기’ 단계가 완료된 상태에서 ‘평화 만들기’로 나아가는 대신 ‘평화 지키기’ 단계는 건너뛴 채 ‘평화 만들기’에 전념하려 한다는 겁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안보에 있어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며 한국 정부가 안보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상응하는 조치를 받지 못한다면 대화의 시기를 미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윈 책임연구위원 :우리가 대북정책 취할 때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다 보니 궁극적으로 놓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대화는 우리가 주도해서 이때는 아니다라는 걸 북한에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위협 부분을 확실히 차단하고 방어할 수 있고 그들이 더 이상 안보문제 갖고 장난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그때가 최소한의 평화라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대담의 주최자인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자체로 평화가 가까워졌다고 판단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 환경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평화 담론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되는지 단순히 대화만 하고 평화가 왔다고 홍보하는 평화 담론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힘을 갖추면서도 또 대화라든가 분위기 조성을 통해서 우리가 평화 담론을 선도할 수 있는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대북 정책에 있어 상호주의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앞서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제시된 바 있습니다.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는 지난 5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실용적 접근’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북한이 일부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하는 등 상호주의 요소가 있는 지점에서 북한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 역시 자유아시아방송에 원칙적으로 제재 완화는 북한의 행동에 상응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생산적이고 지속 가능하려면 상호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