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재가동 합의위반 아니란 정부, 상식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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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외교부 차관이 어제 국회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남북 정상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국 내 다수 전문가들은 국제사회 상식에서 벗어난 발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종건 한국 외교부 차관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남북 정상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나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폐기 등 “4·27 선언이나 9·19 선언의 합의 내용 중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최 차관의 논리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4·27 선언, 9·19 선언 모두에 비핵화라는 말이 포함돼 있다며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라고 반박했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 3조 4항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9·19 평양 공동선언 5조 2항에는 ‘북측은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유 원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눈치보기,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북한이 지금 영변 핵기지를 다시 가동시켰는데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면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에 나와있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은 어디로 간 것인지 이해 안되고요. 북한 김정은 눈치보는, 김정은 비위 맞추기에 연연하는 문재인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김정은을 의식한 발언이죠.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에서 벗어난 그런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최 차관의 논리에 대해 “설득력 없는 궁색한 설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차 차관이 거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나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폐기에 대해 “북한은 이미 6차례 핵실험으로 충분한 데이터를 얻었기 때문에 핵실험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이동식 발사대도 완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도 별로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지금 북한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핵 역량 강화”라며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대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지 못한다면 기존 합의는 유용성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와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것은 부분적인 조치이고 핵능력 강화와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그것을 부분적인 폐기 조치를 한 것이라고 봐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동창리나 풍계리를 지금 언급하는 것은 북한이 핵물질 생산하는 것을 어떻게 보면 희석시키기 위한 궁색한 설명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는 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북핵 보고서 평가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영변 핵시설이 북한에서 절반이 넘는 핵분열물질과 다량의 수소폭탄용 필수 물질도 생산하고 있다며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매우 엄중한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지금처럼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이 확실한데도 이를 문제 삼지 않으면 앞으로 북한이 한 단계 더 진전된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 교수는 이렇게 될 경우 결국 비핵화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북한이 저렇게 냉각수를 배출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는데 이것이 비핵화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의 태도를 방관하겠다 그냥 관찰만 하겠다는 입장으로 그럼으로써 북한은 남측의 태도에 아랑곳 없이 핵물질을 생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비핵화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최 차관의 발언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영구적 폐기를 언급했던 2018년과는 정반대 길로 나아가고 있는 명백한 위반”이라며 최 차관의 발언은 억지 궤변이라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또 한국 정부가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대해 궤변으로 대응하는 것은 “임기 내내 외교적 자산을 쏟아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파탄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조건부 영구 폐기를 약속한 평양공동선언 위반”이라며 최 차관의 발언은 교묘한 말과 알랑거리는 얼굴 즉 “교언영색의 표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