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내 다수 전문가들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섣부른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3일 한국의 경제사회연구원이 온라인으로 주최한 대담에서 “섣부른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과 중국의 유엔군 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논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이 논리를 명분 삼아 비핵화를 오히려 더 더디게 진행할 수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종전선언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종전선언이 섣부르게 만들어지면 주한미군 철수해라, 유엔사 해체하라는 명분을 가지고 비핵화를 오히려 더 더디게 만들 수도 있어요. 따라서 종전선언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을 때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한반도 정세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그것에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 대중정책, 한미동맹 정책이 만들어져야 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종전선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야 만나겠다는 입장인데 그런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 비루스 상황에서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외부로 나오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뒤 국경을 모두 봉쇄한 상태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결국 미국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만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 같은 탑다운 방식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일단 북한과 김정은이 명확하게 핵포기 의지와 의사를 밝혀야 되고요. 그런데 지금 종전선언 우리 정부가 이야기한 것은 모든 가장 앞에 북한을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하겠다는, 말씀 드린 바이든 대통령의 전제가 하나도 충족이 안 된 상태에서 만남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든요.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의 입구라는 한국 정부 입장과 달리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마지막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박 교수의 견해에 동의했습니다.
남 교수는 낮은 실현 가능성 때문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대신 관망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북한이 관망을 한다는 것은 이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측면이죠. 실현성도 없는 제안에 대해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능동적으로 그 문제를 언급한다면 실질적으로 이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 본인들이 입을 손해, 손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관망을 하는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겠습니다.
남 교수는 또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실질적으로 국제사회를 향한 것이기보다는 한국 차기 정부를 향해 한반도 프로세스를 이어받으라는 뜻을 전달하려는 국내용 메시지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석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잇달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미국을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22일 “정부가 임기 말을 앞두고 이런저런 의제를 내놓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고 국내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장 강화,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을 촉구해도 모자랄 판에 허울 좋은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환상 같은 인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연설문 초안을 김정은이 감수한 것은 아닌가”라며 “임기를 마쳐가는 시점에서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이 망가진 레코드판을 돌리는 듯한 잡음으로 들린다”고 비판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이 유엔 제재 강화와 빈틈 없는 이행을 강조했던 2017년과 지금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종전선언은 북한이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는 전제 아래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종전선언은 남북이 새로운 경제 공동체로 번영을 이루며 공존하기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라며 “민주당은 협력으로 평화를 이루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