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내년 중국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한국, 북한,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긴 시기상조라고 평가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한국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체제를 얘기할 수 있으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며 내년 초 북한과 다자간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와 관련,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중국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미중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키노 기자는 다만 내년 5월이면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북한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에 대한 호의적인 기조를 바탕으로 한 ‘제2의 문재인 정권’ 창출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내년 동계올림픽까지 한국의 대선 분위기를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며, 북한은 남북회담 또는, 미국과 중국 등을 포함한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 한국 여당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대화에 임하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
마키노 기자 : 일단 북한 입장으로서는 (한국 대선 이후) 향후 5년도 문재인 정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관심사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정권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당장 문재인 정권과 어떤 협상을 타결하고 싶은 그런 마음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북한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한국에서 어떤 정당이 주도권을 잡게 되는 지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필요성에 따라, 스스로 정한 시간표를 따라 간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센터장은 이를 방증하는 과거 사례 중 하나로, 지난 2014년 박근혜 한국 정권 당시 개최된 인천 아시안게임의 폐막식에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북한의 이른바 실세 3인방이 느닷없이 참석해 대중의 이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오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 4자간 또는 남북 간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같은 회담이 실제 이뤄진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실질적인 합의나 일정표를 마련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물론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호재가 될 수 있고 이 때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만날 수도 있다고 봐요.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근데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거기서 종전선언이나 한반도 비핵화같은 문제에 대한 얘기가 이뤄지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죠.
한편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연내 미중 정상 간 첫번째 정상회담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올해 안에 미북 및 남북 간의 획기적인 외교적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같은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는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과 대화를 성사시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으로 회귀하는 데 있어 바라는 것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미국 측에 명확히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미국을 포함한 북한과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겁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나아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앞서 북한과 실현이 불가능해 보였던 많은 일들을 현실화 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 계속해서 남북 및 미북 간 관계개선을 위해 애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