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한국의 국방·외교 수장들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관련해 유사시 한국 군의 전력으로 방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잠수함 전력이 제한적인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향후 추가 시험을 통해 관련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데 대한 경계를 늦춰선 곤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서욱 한국 국방장관은 2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북한이 지난 19일 발사한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관련해 답변에 나섰습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이 아직 초보적인 수준으로, 요격이 가능한 수준의 무기라고 말했습니다.
서욱 장관: (북한이) 여러 가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발사 플랫폼하고 같이 결합이 돼야 하기 때문에 초보 단계에서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북한의 SLBM 기술과 관련해 “우리 군의 능력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Ankit Panda) 핵정책 선임연구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 1척에 머물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탑재 잠수함 전력의 한계를 감안할 때, 이 능력이 완전히 구체화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번에 발사된 “탄도미사일 자체가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나아가 최근 시험발사에 사용된 미사일은 지난 몇 년 간 북한이 선보인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 ‘KN-24’ 및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해상 기반으로 개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군축 비확산 전문가인 조슈아 폴락(Joshua Pollack)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러 모로 해당 미사일은 북한이 최근 몇 년 동안 육지에서 시험한 ‘전술’ 미사일 중 하나인 ‘KN-23’을 해군화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폴락 연구원은 이번에 북한이 해상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15일 열차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을 당시 썼던 종류와 같거나, 또는 매우 유사한 미사일이라며, ”미사일은 그렇지 않더라도 발사기반 방식(basing mode)은 새로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군사전문지 제인스인텔리전스리뷰(JIR)에 투고해온 북한 무기 체계 전문가 나단 헌트(Nathan Hunt) 분석관도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본질은 ‘KN-23’과 같다며, 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낮은 궤도로 비행하며 방향을 바꾸는 기능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헌트 분석관은 앞서 북한이 이같은 전술 미사일을 육지에서 시험했을 당시에도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의 레이더 범위의 사각 지대가 있어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더불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감시해온 일본도 이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헌트 분석관은 나아가 북한이 이번 SLBM 발사에서 비교적 작은 지름의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잠재적으로 추가적인 공간 확보를 통해 잠수함 내 탑재될 수 있는 미사일의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로 큰 규모의 SLBM은 핵 능력을 배치하는 데 사용되지만 더 작은 SLBM은 군 당국에 핵과 더불어 재래식 타격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등 더 많은 공격적 선택권을 주는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헌트 분석관은 특히 북한이 더 작은 고체연료 모터 기반의 SLBM을 출시했다는 점은 관련 능력을 계속 연마하고, 향후 더 큰 등급의 새로운 무기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시험을 더 자주 할 수 있다는 상황을 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l)’에 21일 게재된 최신 보고서(Sinpo South Shipyard Update: SLBM Test Launch)는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이후 신포조선소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이번 시험발사는 최근 한국이 신형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데 대한 대응이자 북한의 SLBM 개발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구성 요소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