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남북 간 화해국면 속에서도 여전히 개성공단을 몰래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장을 무단으로 돌려 생산한 고급 의류제품을 북한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출처를 숨기기 위해 상표를 뗀 채 유통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서 의류 무단 생산 계속
부유층 대상 …상표 자른 뒤 유통
지난 2016년 2월 한국기업이 전면 철수한 개성공업단지에서 북한 당국이 여전히 공장을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최근(12월 6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공장을 무단 가동해 생산한 고급 의류품이 북한 내 부유층에게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우선 개성공단을 북한 당국에서 무단 가동해서 거기서 생산된 물건들을 중국에 수출하거나 북한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그런 움직임이 활발하다라는 소식을 지난 2018년 1월에 아시아프레스가 보도한 바 있었습니다.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계속 취재는 못 하고 있었는데, 이번 11월 말에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가 평안남도에서 현장을 조사해서 알려줬습니다.
겨울이되 동복 수요가 많아지면서 북한 내부에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고급 오리털 동복을 비롯한 고급옷들을 대량 판매하고 있다. 특히 고급 의류이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이고요, 그것이 개성공단 제품이라고 해서 부유층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깐 개성공단 공장을 남한 한국 정부의 허락 없이 가동하고 생산한다는 것은 완전 불법이고 남북합의에 맞지 않는 일인데 계속 그것을 가동하고 그것을 가지고 이익을 챙기는 그런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11월 말 북한 평안남도에 사는 취재 협조자가 전한 소식이라며 제품의 출처가 개성공단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무적으로 상표를 뗀 제품이 유통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또 개성공단 제품은 중국산과 비교해 가격이 비싸지만 질이 좋아 북한 간부와 부자에게 인기가 높다며 깃털이 들어간 겨울용 점퍼 1벌이 중국돈으로 650위안(약 94 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비슷한 중국제품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 말에 의하면 북한 당국도 지금 남북관계가 대화 모드에 있기 때문에 무단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감추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표를 공단에서 출품할 때부터 자르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고, 특별히 개성공단의 제품을 지급하도록 허락을 받은 업자만 그것을 유통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서 나온 제품들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초소에서 상표 공사까지 한다고 하니깐, 북한 당국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시키고 유통하고 있다는 자체를 많이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이 취재 협력자는 이어 정규 ‘개성 생산품’이 개성에서 평안남도 평성시 등으로 옮겨진 뒤 전국으로 유통되는 데 출고 전 상표제거가 의무화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개성공단 제품이 고가로 팔리기 때문에 모조품을 만드는 업자도 늘어나는 추세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이 협력자는 “평성에서 나오는 도로의 검문소에서는 일부러 ‘상표 검문’을 해서 짐에서 한 벌이라도 상표가 남아있으면 전량 몰수된다”고 전했습니다.
11월 중순께 공단 제품이 청진시로 옮겨지는 도중 깃털 점퍼에 상표가 남아 있어 2천 위안(약 290달러)의 뇌물을 주고 몰수를 면한 경우가 있었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은 ‘개성제품’은 일종의 상표인데, 이를 제거하는 이유로 한국에서 문제가 될 게 분명하니 마음대로 개성의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는 게 외부에 들키지 않도록 당국이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개성제품’을 만드는 옷감이나 지퍼 등은 중국에서 보내진 원재료와 한국기업이 철수할 때 남긴 것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의류제품을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개성공단 공장 무단 가동과 생산제품 유통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 과거에도 개성공단의 의류 공장 중 일부가 생산을 위해 가동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북한 또는 중국에 팔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구체적인 어떤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이어 미국과 북한 간 핵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향후 개성공단과 관련한 대북제재가 예외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튜 하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도 현재로서는 증거가 부족하지만,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명백히 유엔 제재를 위반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매튜 하: 아직 그 소문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진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대북제재의 위반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아시아프레스’는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남한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은밀하게 가동시키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개성에서 사리원으로, 그리고 다시 사리원에서 도매상에게 넘겨져 컨테이너 차량으로 혜산이나 청진, 김책, 함흥 등의 지역으로 유통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해 7월에도 북한 내 한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0여 곳의 의류공장을 은밀하게 가동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소식통은 의류공장이 재봉틀을 돌릴 수 있는 전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며 당국이 2경제사업(군수산업)용 전기를 특별공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 가동 시점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가동을 시작한지 6개월은 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보도 이후 북한은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라며 개성공단이 무단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습니다.
2005년 본격 가동되면서 남북 간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3년 가까이 가동이 멈춘 상태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