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영변 핵 시설 재가동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자리에 오르려는 북한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영변 핵 시설 재가동에 대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북한이 이미 상당한 농축 우라늄을 가진 상태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재가동한 것은 미국과 있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외교적, 군사적으로 활용할 만한 카드가 많지 않은 가운데 영변 핵 시설 재가동이 국제사회의 충격이 덜할 것으로 판단하고 움직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 :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접촉점을 마련하고 싶어하는데 그와 관련된 적당한 외교적이고 군사적인 수단이 현재로서는 별로 그렇게 마땅하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으로서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을 통해서 대미 관계의 어떤 접촉면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는 미국이 아프간 사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바라봤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핵 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전혀 변한 적이 없다며 이번 영변 핵 시설 재가동 역시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박 소장은 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도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앞으로 핵을 대미, 대남, 나아가 중국과의 외교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소장은 또 한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상은 철저히 실패했다는 게 드러났다며 냉험한 국제정치현실에서 힘을 토대로 한 협상 전략으로 이제라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문재인 정부의 대북협상은 그런 점에서 더 철저히 실패를 했고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국제정치 현실에서 핵협상이라는 것은 힘을 토대로 한 협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태우 동국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지렛대를 만들려 한다는 해석에 동의하면서도 북한이 핵 고도화 과정에서 실제로 기술적인 수요가 있을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도 핵 능력 고도화에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역시 이에 대응할 군사적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우 동국대학교 교수 :북핵이 해결될 그순간까지는 국민과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내야 합니다. 지금 북한이 핵을 가지고 우린 핵을 안 가진 비대칭 상태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력을 증강하고 있는데 북쪽으로부터 위협을 상쇄할 수 있는 우리의 수단을 갖는 것, 이게 국가 지도자가 해야 될 기본적인 의무인 것입니다.
한편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 정부가 북한 영변 핵 시설 재가동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우리 정보 당국에서는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고 할 때 수용하려고 검토한 적 있잖아요. 그때 영변 재가동이나 이런 이야기는 한국 정부가 하지 않았습니다.
신 센터장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무척 유동적이라면서도 북한이 한 두 차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며 몸값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