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당국의 돼지 가죽 강제수매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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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월 들어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돼지를 도살할 경우, 돼지가죽을 국영수매소에 의무적으로 수매하도록 강요하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 증산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8일 “며칠 전 인민반회의에서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기르는 돼지를 도살해 고기로 판매할 경우 반드시 돼지가죽을 벗겨내 당국에 수매하라는(바치라는) 당의 지시가 전달되었다”면서 “돼지가죽은 의무적으로 국영 생가죽수매소에 국정수매가격으로 수매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개인이 기른 돼지는 가죽을 벗기지 않고 손질해 고기와 내장을 식당이나 장마당에서 판매했다”면서 “어미돼지 한 마리 당 3~5키로 정도의 생가죽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국영수매소에 수매하게 되면, 장마당의 돼지고기 한 키로 내화 1만 7천원 가격으로 계산해도 주민들은 돼지 한 마리당 5만~6만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개인적으로 돼지를 길러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에게는 돼지가죽수매조치가 큰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이에 군당위원회에서는 국영생가죽수매소 수매원들을 각 마을에 파견해 돼지를 기르는 주민세대를 파악하고 돼지가죽 수매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의 조치로 파견된 수매원들은 돼지가죽이 있어야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의 군화와 혁띠(벨트)를 만들 수 있다며 돼지를 축산하는 주민들을 교양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신경만 건드리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우리도 군대 나간 자식들이 영양실조로 쓰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돼지를 길러 면회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나라에서 개인 축산에 뭐 해준 게 있어 돼지가죽수매를 강요하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같은 날 “주민들에게 돼지 축산은 식량을 해결하는 중요한 생계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도시든 농촌이든 지금은70% 이상의 주민들이 돼지를 기르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돼지 축산은 가족의 생명줄이나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올 봄에는 돼지열병까지 퍼져 나갔지만 국영방역소에서는 가축돼지들에 소독약 한번 뿌려주지 않아 돼지들이 죽어나갔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돼지를 집안에 들여놓고 아기처럼 돌보며 길러냈는데 나라에서 강제로 돼지가죽을 헐값에 수매하라 강요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부 주민들은 국영수매소에 돼지가죽을 수매하려 갔는데 돼지가죽 한 장 수매가격이 내화 2천원이었다”면서 “장마당에서 옥수수 한 키로도 살 수 없는 수매 가격에 대해 주민들은 날강도가 따로 없다며 불평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나라에서 돼지가죽수매가격을 장마당가격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아마 이번 수매조치는 열흘도 못 가서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