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올 한해 남북관계 ‘냉각기’ 지속…대남도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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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에도 의도적으로 한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펼치며 남북관계의 냉각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 첫 날 공개된 1만 8천여 자 분량의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문.

‘남북관계’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에서 ‘남북관계’가 10번 언급됐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의도적인 한국 배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번 당 전원회의 결과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이 지난 2016년부터 4년 동안의 신년사에 남북관계를 핵심 내용으로 포함시켜 온 것을 근거로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따로 발표되지 않았고 구성이나 분량 면에서도 전원회의 보도 내용을 예년의 신년사와 비교해야 한다는 게 한국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 2016년에는 자주와 대화를, 2017년에는 한국 정부 비난과 함께 민족공조를 강조했고 2018년에는 평화체제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다뤘습니다.

지난해에는 신년사에서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초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0월에는 금강산의 한국 시설에 대한 철거를 지시하는 등 대남 비난 기조를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미국과의 관계 개선시 언제든 협조관계로 바꿀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의도적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결국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 먼저 풀면 된다, 한국은 어차피 미북 관계에서 결정이 나오면 따라오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오로지 미국만을 상대하고 한국을 무시한다, 올 한해 북한이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선택하다보면 결국 도발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라든가 남북관계를 다루기가 부담이 됐을 수도 있겠죠.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당 전원회의 내용에서 남북관계 언급이 빠져 있는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현 정세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이른바 ‘통미봉남’ 기조를 확정한 것이라기보다는 향후 미북, 북중 관계 변화에 따라 대남정책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도 지난 2일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이 올해 전원회의 결과에서 남북관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2일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 : 회의 결과에 나온 표현들 중 '미국과 그를 추종하는 적대세력'이 한국을 칭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남북관계를 뺀 것이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서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큰 기대를 했지만 하노이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그 믿음이 깨졌다는 겁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 이른바 ‘정면돌파’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원회의에서도 남북관계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올해도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한국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그런 차원에서 미국과의 이른바 ‘자주적인 대립’을 더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올 한해도 남북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특히 올해 상반기에 북한의 전략도발이 예상된다며 한국이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동절기에 단거리 미사일이나 해안포를 발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한계선’으로 보지 않는 수준의 도발을 먼저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남북관계 언급이 없는 것도 이 같은 대남도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 군도 이에 대응사격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튼튼한 한미 공조체제를 보여줌으로써 도발을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북한이 핵보유 의지를 더 노골적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비핵평화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역으로 활용해 중국을 설득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고 대화를 재개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를 통해 본 2020년 북핵 문제 전망’ 보고서에서 남북미 정상 간의 긴장 관계가 오히려 새로운 대화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의 동결을, 김정은 위원장은 미북 정상 간 대화통로 유지와 경제제재 완화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서로 조율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오는 2월 말, 3월 초 통상적인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 돌입하면 미북, 남북이 공세적인 비난과 대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며 그 이전인 올해 1~2월이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