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8차 당대회 기념 야간 열병식을 열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에 대내 결속과 대미 압박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14일 저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15일 북한 관영매체가 녹화 중계한 이날 열병식에서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 개량형이 공개됐습니다.
신형 SLBM 공개는 지난해 10월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4’형을 처음 선보인 지 석 달 만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북극성-5’형이 ‘북극성-4’형과 비교해 동체 길이는 비슷하지만 더 굵어지고 탄두부가 길어진 것으로 미뤄 다탄두 탑재형이나 사거리 연장형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더 뾰족해진 탄두 모양과 함께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도 한 축 늘어났습니다.
북한은 이날 방송을 통해 ‘핵보유국’, ‘핵무장력’ 등의 단어를 나열하며 군사력을 과시했지만, 지난해 열병식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공개되지 않았고 열병 종대의 규모도 줄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관련 동향을 확인하고 있었고, 세부 내용은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미사일 등을 공개한 것에 큰 관심을 보이며 분석과 감시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습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열병식과 관련해 “상세한 내용은 계속 분석중이지만 일본은 핵미사일 개발을 포함해 북한을 둘러싼 동향에 관해 평소부터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국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필요한 정보의 수집·분석, 나아가서는 경계·감시에 모든 힘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현지매체에 따르면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미국이나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필요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당대회를 기념해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야간 열병식 역시 지난해 10월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이어 두 번째로 이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시작된 8차 당대회 본회의와 기념행사까지 총 열흘간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열병식에 크게 대내 결속과 대미 압박이라는 두 가지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내 결속과 관련해서는,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난 속에서 실정을 감추고 주민들에게 내세울만한 업적이 군사력뿐인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현실적으로 북한 내부적으로 경제적 사정이 어렵고 성과가 없다보니까 뭔가 체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맥락에서 핵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국내 정치적인 셈법이 깔려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본토에 가까이 접근해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이번 열병식에 나타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보통 핵을 개발해서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최종 단계는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까지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로 자위력의 차원을 넘어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 그리고 그 대상은 미국 본토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자신들을 말리지 않으면 자신들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이번에 선보인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늘어 한국 뿐 아니라 일본까지 위협할 가능성과 함께 그럴 경우 핵무기와는 다른 차원의 전술적인 위협이 될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다만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이 실제로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북극성-4’형의 시험발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제로는 미사일의 외형만 바꿔 열병식에 선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아직 ‘북극성-4’형의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극성-5’형이 아직 설계나 최초 기획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메시지를 미국에 던진 것이라면서, ICBM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미국을 압박할 필요는 있지만 노골적으로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북한이 다음 달쯤까지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를 기다린 뒤 향후 대미 행보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