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정면돌파전’을 내세우며 미국과의 장기 대립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 내에선 북한의 이 같은 노선이 오히려 체제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1일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2020 대북 통일전략 토론회.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를 통해 선언한 ‘정면돌파’를 통해 비핵화와 경제난이라는 2대 난관을 뛰어넘으려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로 미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해 실질적인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정면돌파전은 북한이 직면한 위기를 오히려 심화시킬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억제력이 강화될수록 국제사회의 제제가 심해져 체제 보장보다는 오히려 체제를 위협받는 결과가 돌아올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하 이사장은 북한이 다시금 제2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다고 평가하며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최소한의 핵억제력을 유지하는 이른바 ‘핵동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비확산을 세계질서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직면한 경제 문제도 이른바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도 당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을 통해 북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자인한 상황에 외부에서 북한 경제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가 최근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에 이르기까지 40여 년 동안 개혁개방 노선을 취해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점을 강조하며 북한도 개혁개방으로 경제난을 돌파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1천 달러 수준의 북한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중국을 넘어선 장기간의 고도성장을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해선 비핵화를 통한 대북제재 해제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북한 경제가 만약 0% 성장을 30년만 계속한다면 더 이상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면 정치 부문에서도 자구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하 이사장은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진정한 정면돌파전은 비핵화와 개방경제의 길을 가면서도 안전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택하지 않는다면 현재 직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자력갱생으로 경제적인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북한의 주장이 경제학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경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이는 실패할 것입니다. 제가 이 내용을 학생의 보고서로 제출받았다면 최하점을 줄 것입니다. 일관성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내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의 광물 등의 수출이 10분의 1로 줄어든 반면 수입 감소폭은 크지 않아 매년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외화보유액이 급감해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의 내수시장이 활성화돼 무역적자를 메워줄 거라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수출 급감이 시장 붕괴로 이어지면 북한 경제 전체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 교수는 집단농장의 가족농화, 사적소유와 시장활동의 법적 인정 등 3가지가 북한 개혁개방의 시초가 될 거라며 이 같은 조치 없이는 북한이 경제난을 정면돌파 할 수 없을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북한이 내세우는 경제개혁조치 가운데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예로 들며 이는 헝가리, 즉 마쟈르와 소련이 앞서 실험했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법적 제도와 틀을 그대로 둔 채 정책만으로 개혁개방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걸 사회주의 국가들의 역사적인 실험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영선 이사장은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에서 남북관계를 다루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이 자체 역량으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며 제재, 억지, 관여, 자구 등 4대 대북 복합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내 대표적인 외교안보 민간 연구소인 동아시아연구원은 북핵을 비롯한 북한과 한반도 문제 연구와 관련 정책 개발을 위한 허브, 즉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자 2018년부터 ‘대북 복합전략 영문 종합 웹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