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이른바 우한 폐렴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의 운영을 잠정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요청에 따른 조치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남북간 상시 소통 창구로 마련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한국 통일부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이른바 우한 폐렴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염병 때문에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조치는 북한 측이 먼저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이날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연락대표 협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한 뒤 당국자 17명을 비롯해 개성에 머물던 한국 측 인원 58명 전원을 철수시켰습니다.
다만 양측은 서울과 평양 간 별도의 전화선과 팩스선을 개설해 남북 간 연락 업무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8일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엔 중국 관광객의 입국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차단 조치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번 남북연락사무소 업무 잠정중단도 이 같은 우한 폐렴 확산 방지 조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음 달로 예정된 건군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등 주요 정치일정과 관련된 기념행사도 아예 생략하거나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이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보건 의료체계가 취약해 바이러스가 한 번 확산되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북·남북 대화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었고 대북제재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상당히 약화된 상황일 것이라며 여기에 우한 폐렴까지 퍼지면 이는 북한의 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런 상황에 우한 폐렴까지 퍼진다면 이것은 보건·의료 문제가 아니라 체제, 그러니까 북한 정권의 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관영매체가 '국가 존망'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이를 이미 정치 사업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한 북한의 대응이 거의 국가 봉쇄조치에 가깝다면서도 오래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의 교류를 장기간 중단한다는 것은 그나마 작동하고 있는 장마당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는 처음으로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중국 연변일보에 따르면 전날인 29일 연변조선족자치주 내에서 2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보고됐습니다.
북중 최대 교역거점인 단둥에서는 지난 28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5명의 확진자가 나온 뒤 추가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한국 교민 보호 대책과 국제사회의 대처 동향을 점검하는 등 우한 폐렴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 : 한국 정부는 우한에 있는 재외국민들을 위해서 모두가 빠른 시일 내에 귀국을 할 수 있도록 중국 측과 계속 추가 임시항공편을 포함한 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한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 2명을 추가로 확인해 환자가 모두 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은 기존 환자와 접촉한 2차 감염자로 파악됐습니다.
3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한국 내에서 우한 폐렴 관련 증상을 보인 조사 대상 인원은 모두 240명으로 이 가운데 41명은 격리돼 검사를 받고 있고 나머지 199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에서 해제됐습니다.
아직까지 북한 내 확진자 발생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