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북 원전 건설 추진방안’ 문건 공개...3가지 안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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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문건은 세 가지 원전 건설 추진안과 함께 미·일과 공동 추진하는 방안도 담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일 저녁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문건’ 관련 자료를 공개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보고서는 본문에서 세 가지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원전 2기와 사용후핵연료 저장고를 건설하고 방폐장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2안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 원전을 건설한 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입니다.

산업부는 문건 말미에 “북한 내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전제될 경우 1안이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며 “다만 현재 미북 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현 시점에서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되고 원전 건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추진체계, 세부적인 추진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해서는 북한 내 처분, 한국 내 처분, 제3국 반출 등의 안을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핵물질의 북한 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어 플루토늄 추출 가능성이 있는 사용후핵연료도 북한 외 저장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 내 처분 시 방폐장 건설이 선행돼야 하며 북한 지역 사용후핵연료의 한국 내 처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검토 의견을 담았습니다.

산업부는 또 문건의 ‘고려사항’에서 이 사안과 관련한 의사결정 기구는 미국·일본 등과 공동 구성하고, 사업추진조직은 한국의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전담팀(TF)으로 구성한다며 미국 등 주요 참여국의 참여 여부, 재원조달 방식, 원전과 비핵화 조치와의 연계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한 추진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 첫머리에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산업부는 삭제된 문건과 동일한 자료로 산업부 내부 컴퓨터에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을 공개하며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로,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어 “이 사안이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고,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논란 확산에 대한 유감과 함께 원문 공개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문건 공개와 관련해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를 산업부가 스스로 보여준 것”이라며 국정조사 추진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산업부가 문건을 공개한 직후 구두논평을 통해 “아직 북한 원전 관련 문건 17개를 모두 공개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북한 관련 삭제 파일은 모두 17건인데, 산업부가 일부 문건을 공개하며 해명에 나선 만큼 국정조사를 열어 모든 의혹을 해소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산업부가 북한 원전 관련 자료로 적시된 17개 파일 중에서 부처 차원에서는 이날 공개한 문건을 비롯한 2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나머지 자료들은 1995년부터 추진된 KEDO 관련 공개 자료와 전문가 명단이라고만 밝힌 데 따른 것입니다.

산업부는 이날 공개된 530개 삭제 파일 목록을 확인한 결과 이전 정부에서 작성된 자료는 174개, 현 정부에서 작성된 자료는 272개로 파악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국 교통방송(TBS)에 나와 지난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남측이 북측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 USB에는 원전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고 “통일부 차원에서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것과 관련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관련한 40여 쪽 분량의 자료를 긴급히 검토했지만,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야당은 탈원전 정책을 몰아붙이는 한편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한 것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이적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의 야당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중간에 급히 만든 원전 문건이 국민들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북한 원전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정조사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더 깊은 혼란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원전 지시 경위를 비롯한 미스테리 문건의 진행 실체를 알려 결자해지를 해 주십시오. 계속 침묵한다면 국정조사로 진실을 가리겠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의혹을 해명하지 않으면 의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감사원 감사 결과와 검찰 수사에서 나타나는 정황들로 볼 때, 정부가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여러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 원전을 둘러싼 공방을 가리켜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며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