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국방부가 지난 2년간 달라진 북한 군의 동향 등을 상세히 기술한 '2020 국방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북한정권과 북한 군이 적이라고 표현했던 문구와 주적이라는 표현은 지난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빠졌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일 ‘2020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힌 한국 국방부.
국방백서는 국민들에게 국방정책을 공개하기 위해 국방부에서 2년마다 발행하는 책자로, 이번 백서에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주적’이라는 표현 대신 포괄적인 개념으로 ‘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백서에 “군은 한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기술했습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2018 백서에서 ‘북한정권과 북한 군은 적’이라고 표현했던 문구를 공식 삭제하고 ‘적’을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규정한 기조를 유지한 것입니다.
북한 내부 정세를 소개하면서는 기존의 ‘정권세습’이라는 표현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으로 변경했는데, 한국 국방부는 “세습과 집권의 표현 차이는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고, 김 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 정도 됐기 때문에 주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표현의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지난 2019년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의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올해 초 8차 당대회 등을 계기로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잇달아 공개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앞서 지난 1995~2000년 백서까지는 주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2004년부터 주적대신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등으로 바뀐 바 있습니다.
이후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재등장했고,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습니다.
군 당국은 다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는 문구를 2018년과 동일하게 남겨뒀습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도발한다면 적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국방백서에는 지난 2년간 달라진 북한 군의 동향이 상세하게 기술됐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북한 군은 각종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 예하 미사일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증편하고 중무장 장갑차 등을 배치한 기계화 보병 사단도 4개에서 6개로 늘렸습니다.
13개로 늘린 전략군 예하 미사일여단에는 한국 전역을 타격하는 단거리급(SRBM) 스커드를 비롯해 준중거리급(MRBM) 노동미사일, 무수단 등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집중적으로 시험 발사가 이뤄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한 부대를 추가 편성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군 관계자는 “증편된 부대에 어떤 기종의 미사일이 배치됐는지 정밀 추적하고 있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해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여kg 보유”, “고농축우라늄(HEU) 상당량 보유”, “상당한 수준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 등 2년 전 발간된 백서와 같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이 가운데 플루토늄 50여kg을 보유했다는 평가는 북한이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한 징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린 것이고, 고농축우라늄은 은밀한 시설에 있어 정확한 보유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한국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백서는 또 북한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추가 건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2년 전 백서에서 언급한 2천톤 급 잠수함보다 큰 규모의 3천 톤 급 이상의 잠수함 건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된 내용을 백서에 잘 기술한 것 같습니다. 열병식 등에 등장했던 무기체계나 최근의 대화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 군이 계속해서 군사력을 증강했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부각된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문구도 추가됐습니다.
백서는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연중 균형되게 연합준비태세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하에 다양한 추가 훈련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연합작전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난해 한국 내 실시 기준으로 육군 28회, 해군 70회, 공군 66회, 해병대는 7회의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기록했습니다.
해군과 공군의 경우 전년 대비 각각 9회, 49회 늘어난 수준으로 신형 코로나 상황에도 훈련 횟수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한국 군은 그러면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방위역량을 조기에 확충하면서 주기적인 준비상황 평가를 통해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 검증을 위한 3단계 연합검증평가 시행 진행 상황도 상세히 기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의 합동참모본부 의장들은 올해 전작권 전환 작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한국 합참은 이날 오전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과 원인철 한국 합참의장이 화상으로 공조 통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양국 의장은 최근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습니다.
밀리 의장은 통화에서 한미동맹이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며,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발전시키는데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원 의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고, 70여 년간 이어온 한미동맹이 새로운 지도력 아래 보다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맹으로 발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이날 통화와 관련해 “양국 합참의장은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유지·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공조통화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오스틴 장관의 취임을 맞아 양국 합참의장이 소통을 강화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는 취지에서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