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이틀째 당 전원회의를 이어가며 경제 개선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내각에 힘을 실어 경제난을 돌파하려 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이틀째 이어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회의에서는 대남·대외부문의 활동 방향이 제시되는 한편 농업·수산업을 비롯한 경제 분야별 개선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일차 회의에서 북한 군과 군수공업 부문이 올해 수행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과 대남부문 및 대외사업 부문의 향후 활동방향을 제시하고 철저히 집행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식량 문제의 최우선 해결을 위해 농업과 수산업 분야의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국가경제지도기관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며 당 차원에서 내각에 힘을 실어줄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경제사업의 성과 여부가 국가경제지도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달려있다”며 “경제 사업을 대담하게 혁신적으로 전개하도록 당 차원에서 끝까지 밀어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의 역할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새로 조직된 내각 기능 복원을 위한 전담팀(TF)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8차 당대회에서 당내 전문부서로 경제정책실을 신설하고 전현철 당 경제정책실장에게 내각 부총리를 겸직하도록 하는 한편, 내각이 특수기관 등에도 지도를 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재차 내각 기능 복원을 내세우며 그동안 침체돼 있던 내각에 경제 분야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내각중심제·내각책임제를 여러 차례 시도해왔지만 경제 부문에서 특권을 양보하지 않는 당과 군 때문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 그리고 태풍 피해 등으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내각에 권한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내각을 중심으로 해서 북한 내의 모든 경제적인 자원을 집중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경제 건설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지금 내각책임제가 제대로 이행되느냐에 따라 북한이 경제 회복을 할 수 있느냐,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김 위원장도 당과 군에 특권을 포기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번에는 내각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리는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이번 시도가 경제적인 비상상황에서 당과 군이 갖고 있는 자금과 자원들을 민간 부문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각 조직의 생존 문제가 달려 있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당·군의 저항은 여전히 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경제를 보면 1순위가 당경제, 2순위가 군경제입니다. 그리고 3순위가 내각입니다. 내각을 중심으로 당과 군이 갖고 있는 자금과 자원들을 모아서 효율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것인데, 수십 년 된 관성을 지금 깨는 것이 어려우니까 아직까지도 내각책임제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만들어진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당과 군, 내각의 수장들이 모여 경제난 극복을 꾀하는 일종의 비상설 기구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난 8일 시작된 당 전원회의는 2일차인 9일에 이어 10일에도 이어졌고, 회의 종료 일자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0일 오전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과 유선협의를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양국 간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포함해 앞으로도 한미 간 각급에서 밀도 있는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