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즉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북 지원 승인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북대화 유지를 위한 상황관리 차원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시간으로 13일 성명을 통해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즉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기구 활동을 강하게 지지하고 대북지원을 신속히 승인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미국 국무부.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 북한이 미북 비핵화 대화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의 추가 개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미북대화 국면 유지를 위한 상황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올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미북대화가 재개되지 않으면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화가 중단되는 것인 만큼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장을 벗어나는 게 걱정이 되겠죠. 걱정되니까 상황을 계속 미북 간 협상장에 묶어두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장에서 나간다는 건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이인배 원장은 만약 북한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 이와 관련한 북한 내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도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미북대화에 관심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그 관심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이른바 극약처방으로 도발을 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미국이 코로나19 관련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도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낸 배경에는 미북대화 지속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미북관계, 남북관계가 교착 국면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은 보건·건강·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넘어서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정치적으로도 관계 개선을 하고 싶다, 미북 대화에도 열려있는 입장을 나타낸 것입니다.
박 소장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열악한 의료·보건 환경으로 인해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북한 주민들을 도우려는 인도적 목적이 미 정부 발표의 주된 목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이 대북지원 입장을 밝힌 미국의 방침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껏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강조해 온 북한이 미국이 승인한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곧 코로나19와 관련한 북한 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겁니다.
또 만 1년 동안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온 북한으로서는 북한 내 상황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악화되기 전에는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