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문제 우선순위 낮춰...북 ‘코로나 19’로 도발 어려워”

0:00 / 0:00

앵커 :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북업무를 맡아온 핵심 인사들을 재배치하는 등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에스퍼 장관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6일에도 북한을 ‘불량국가’로 부르는 등 최근 여러 차례 북한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해 온 이 표현을 공개석상에서 사용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에스퍼 장관이 미북대화에 닫힌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을 향해 강한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연말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 미북대화 제의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굳이 설득하려 나서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문제보다는 대선이라는 더 급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겁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핵 국면을 벗어나서 본격적인 재선 선거운동 과정에 돌입했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관리하는 정도, 즉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정도로만 유지하면 크게 주의할 것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지난달 마크 램버트 전 미 국무부 대북특사를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에 임명하고 이번 달엔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를 유엔 대사급 직책인 특별 정부 차석대사에 임명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업무를 전담해 온 핵심 인력들을 줄줄이 재배치한 것도 북한 문제는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만 유지하겠다는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나 만났지만 본격적인 북한 비핵화 과정에 진입하지 못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업무 관련 보직을 당분간 공석으로 둬도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미뤄둔 것일 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라며 인사이동으로 인한 공백은 시간을 두고 채워 나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 소장은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밀려날 수밖에 없는 다른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즉 ‘코로나 19’를 들었습니다.

북한 스스로 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이웃 국가들도 신종 전염병 확산을 막느라 북한 핵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박 소장은 북한이 이런 상황에 도발에 나설 여력도 없지만 굳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결국 ‘코로나 19’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중국을 자극하는 결과가 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향후 중국 정부로부터의 도움을 기대해야 하는 북한이 도발에 나서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몇 달간 해온 것처럼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는 등 수사적으로 공세적인 압박을 펼칠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미국이 최근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둔 것으로 보인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내 북한 관련 인사들에 대한 승진 등 인사조치는 그만큼 북한의 비중이 낮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북한 전문가가 적은데 그나마 지난 2년 이상 같이 북한과 협상한 인원들이 흩어진 상황입니다. 이는 대선까지는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그만큼 전체적으로 북한의 비중이 작아졌기 때문에 대북협상 집단도 흩어진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에스퍼 장관의 ‘불량국가’ 발언과 관련해서는 역시 미국의 대북기조 전환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면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 역시 ‘코로나 19’ 확산 국면에서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전염병이 잦아들 경우 북한이 위성 발사 등 저강도의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간 미국과의 대화에서 제재 완화 등 큰 소득을 거두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를 후회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익숙한 과거의 수법인 이른바 ‘벼랑끝 전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이른바 ‘금지선’으로 설정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한 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런 셈법으로 금지선을 넘는 도발에 나선다면 적어도 추가적인 대북제재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