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상반기에는 내부 정비에 집중하면서 대남·대미 관계는 후순위로 미룰 것이란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2일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주최한 북한 경제 관련 대담에서 북한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경제 회복 등 내부 정비에 주력하면서 대외 관계는 후순위로 미뤄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견뎌내며 경제를 운용해왔지만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한국이나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당장 신경 쓰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사실 신형 코로나 사태라는 상황에서 남북 간에 자유로운 왕래나 대화,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국도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데 몇 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달 출범한 미국의 새 행정부도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이 당장 북한보다는 한미일 3국 간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이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전략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한국도 올 하반기 이후에는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접어드는 만큼 북한도 한국에 과감한 대북정책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결국 남북, 미북 관계에서 양측 모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북한의 대외 활동은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갈 것이란 설명입니다.
북한이 처한 경제난과 관련해서는 현재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고조돼있는 상황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지난 2019년 하노이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와 이에 따른 민생 안정 등을 기대했지만 결국 회담 결렬로 상황이 더 악화됐고, 여기에 예상하지 못한 감염병 사태까지 겹쳤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원산갈마 관광지구가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것과 지난해 당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완공을 예고했던 평양종합병원마저 관련 소식이 없는 점을 북한이 처한 경제난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 공개적으로 눈물까지 보인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게 조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도 북한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개발 5개년 전략 실패를 인정한 뒤 새로 내세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목표치를 다소 낮춘 것도 어려운 상황을 의식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달 초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교체한 것도 북한이 얼마나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당내 경제 관련 부처의 수장을 불과 한 달 만에 교체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 북한 경제가 처한 어려움, 약간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꽤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양 부총장은 다만 지난 1990년대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과 비교할 때 아직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논할 정도의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달 초 당 전원회의에서 강조한 내각중심제·내각책임제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구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당과 군이 내각보다 우선시되고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권을 내각에 집중시키려는 시도에는 한계가 있고, 외형적으로는 내각중심제·내각책임제의 형태를 갖출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일가와 관련한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1년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과 관련해 경제난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도자 부부가 잘 차려입은 모습을 함께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제1부부장’에서 강등됐지만 여전히 대남·대미 업무를 총괄하고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