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무력 도발과 관련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의 북한 내 확산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일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쏘아올린 북한.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에 이뤄진 이번 도발과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대내외적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 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확산 문제에서 주민들의 이목을 돌리려는 목적이 커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평안도와 강원도에서만 7천 명 정도를 ‘의학적 감시 대상자’로 분류해 관리중이라는 북한 관영매체 기사를 언급하며 신형 코로나와 관련한 북한 내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전반적으로 북한이 지금 이런 도발을 할 상황은 전혀 아닙니다. 지금 중국과 한국도 신형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도발을 하면 북한을 지지해 줄 국가는 그만큼 줄어들고 국제 여론도 나빠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런 도발을 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신형 코로나의 영향이 너무 컸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해 왔지만 이제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 전 대내적으로 주민들의 동요를 가라앉히려는 시도를 해 왔던 북한이 이번에도 같은 목적으로 무력 도발에 나섰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려 문을 열기에 앞서 체제수호 능력을 먼저 과시했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한미가 이달로 예정됐던 연합지휘소훈련(CPX)을 연기했고 북한 내 신형 코로나 문제도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도발에 나선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와 고도로 볼 때 이미 개발을 마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일 가능성이 크다며 전력 고도화보다는 도발 그 자체에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속된 대북제재에 신형 코로나까지 겹쳐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발사체를 쏘아올린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이미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이 설정한 이른바 ‘금지선’을 넘을 순 없는 상황에서 결국 저강도 도발을 택했다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이 북한을 강력하게 막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의 정찰자산도 계속 포착되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이 금지선을 넘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숨을 죽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현재 처한 어려움을 대외적으로는 무력 도발, 대내적으로는 사회통제 강화와 숙청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농업부장이 최근 해임된 것도 이 같은 시도의 일환이며 숙청이 올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원곤 교수도 북한 관영매체가 리만건과 박태덕의 해임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패문제라고 암시한 것은 경제난과 신형 코로나 등으로 주민들의 동요가 잇따르자 그 책임을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다른 고위 간부들에게 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가 주민 수천 명을 의학적 관심 대상자로 분류해 관리중이라고 보도한 것은 신형 코로나가 더 확산될 경우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준비를 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북한에서 청진의학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내 신형 코로나 확산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알린 것은 이후 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자신들이 너무 은폐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언젠가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확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도를 했을 것입니다. 만약 병이 확산되면 최대한 노력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국제사회에 요청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한 다리를 걸쳐 놓는 것이죠.
최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감시할 여력이 되는 평안도와 강원도만 보도 내용에 포함했지만 그 밖의 함경도와 양강도, 자강도에서도 환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