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공식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guidance)이 한미일 3국 간 동맹을 강조한 만큼 한국이 미국 주도 안보협의체 '쿼드 플러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일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조 바이든 대통령 명의의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과 청사진을 담은 이 문건이 예상보다 이른 바이든 대통령 취임 40여 일 만에 나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생각보다 빠르게 미국 외교안보 정책이 조율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침을 내놓는 것은 미국이 국제사회에 대해 이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인데, 호흡이 느긋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미국이 이번 지침을 통해 중국을 겨냥하면서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과의 동반자관계를 강화해 대응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한미일 3국 간 공조가 강화되면 중국 뿐 아니라 대북관계에 대한 지렛대로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동북아시아 지역 내 전략에 있어서 한미일 3각축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북 관계에 있어서는 미국 측이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선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꾀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미국 측과 공조하면서 서로 속도를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미국 측이 한국을 일본, 호주와 더불어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으로 지칭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 ‘쿼드 플러스’에 참여할 것을 한국 측에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미국의 대중국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에 '쿼드 플러스' 가입 등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영호 소장은 미국이 향후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앞세워 대북관계를 풀어나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도 동맹국들 간 공조에 참여해야 북한 문제를 좀 더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의 ‘엔드스테이트(end-state)’, 즉 최종상태가 될 ‘완전한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 없이 협상에 나선다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영준 한국 국방대 교수도 지난달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주최한 ‘한일안보대화’에서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동맹 간 협력, 특히 ‘쿼드 플러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박영준 한국 국방대 교수 (지난달 '한일안보대화'):저는 한국이 동맹국들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며 법의 지배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쿼드 플러스'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미북 비핵화 협상을 기존의 ‘톱다운’, 즉 정상들로부터 하향식으로 이뤄지는 방식 대신 관료들의 검토와 정책연구를 통한 ‘바텀업’, 즉 실무진들로부터 상향식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박영호 소장은 미북 간 실무협상을 통한 진전이 있어야 정상 혹은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를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에 나서는 실무진들에게 상당한 실권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소장은 지금까지처럼 김정은 위원장만이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상태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나선다면 원하는 협상 결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대화 자체가 제대로 진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