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한미훈련, 군사적 긴장 계기돼선 안 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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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한·미에 대한 비난 담화를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연례적·방어적 훈련이 군사적인 긴장의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6일 오전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대미,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미국의 새 행정부를 향해 “앞으로 4년간 편히 자는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잠을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이 내놓은 첫 대미 공식 메시지입니다.

한국 정부에 남북관계 파국 가능성도 경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국 당국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따뜻한 3월’이 아닌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는 지난 1월 13일 이후 약 2개월만으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이날 “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질문에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 정착방안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이 대남 대화·교류 관련 기구 폐지와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남북 간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해 협상에서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대화·협력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추진하는 것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김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난과 관련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지휘소훈련”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부승찬 한국 국방부 대변인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누차 말씀드렸듯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지휘소훈련입니다. 한국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남북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연례적·방어적 연습에 대한 비난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어떤 상황이 와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와 미북대화가 조기에 재개되어 완전한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 노력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17일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 등 다양한 계기에 한미 간 한반도 평화 정착 진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부대변인 논평을 내고 북한이 국가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트집잡기와 간섭, 협박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에 맞서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다른 야당인 국민의당은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 등 안보 구축 활동에 당연하고 확고한 명분이 있다는 점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한미를 비난하는 내용과는 달리 북한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며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나타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담화를 훈련 후반기,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전날에 맞춰 발표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도 내심 대화 제의를 놓고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고,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오기 직전에 담화를 내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담화 이후 북한의 대응 방향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단거리 발사체를 이용한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김여정이 이번에도 대미, 대남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볼 때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이자 백두혈통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어 담화에서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대남 대화기구 등은 이미 활동을 멈춰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새로운 강수를 내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북한인권법을 정상적으로 시행할 것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기본 가치라는 명확한 인식 아래 북한 인권의 실질적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지난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 북한인권법의 정상적인 이행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