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11년 만에 한국을 동시 방문했습니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주민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7일 한국을 동시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동시에 한국을 찾은 것은 11년 만입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고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주민들에 대해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이들에게 저항해야 합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도전과제로 꼽으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더욱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동맹으로 발전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방안을 확고히 정착시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의 근간이자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번영의 핵심축입니다.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발전은 한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 장관은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임기 초반에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을 특히 환영한다”고 밝히고 “이는 미국 새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의 발전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5년 만에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개최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대면으로 개최되는 것은 지난해 11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진 이후 4개월 만입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출장에 나선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2박 3일간의 방일에 이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2시 반쯤 전용기편으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방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강력하다”며 “한미동맹은 우리로 하여금 신형 코로나부터 기후 위기, 핵확산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도전과제들에 대처하는 데 협력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각각 열린 한미 간 외교장관회담과 국방장관회담에 이어 오는 18일에는 양국 4명의 장관이 한 자리에 모여 제5차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이른바 ‘2+2 회의’를 엽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소수의 핵심 동맹을 상대로 개최해 온 ‘2+2 회의’가 한미 간에 열리는 것은 지난 2016년 10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회의 이후 4년여 만입니다.
4명의 장관은 회의 뒤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으로, 북한문제 등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블링컨·오스틴 두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만납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출범한 미국 새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대통령과 두 장관의 만남에서는 5년 만에 열린 ‘2+2 회의’ 결과 공유와 다양한 한미동맹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두 장관의 노력을 치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간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 바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 기조를 만드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만남은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국의 청년 지도자 및 언론인들과의 화상 간담회를 열고, 오스틴 국방장관은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과 국립 현충원을 찾아 참배합니다.
일정을 마친 블링컨 장관은 18일 밤, 오스틴 장관은 그 다음 날인 19일 오전 각각 한국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