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세포대회, 경제난 속 ‘대중적 공포정치’ 행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한 모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한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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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심화되는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엘리트들을 대상으로 했던 공포정치의 범위를 대중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일부터 사흘 동안 개최된 제6차 당세포비서대회.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고 5~30명 정도로 구성된 당 최말단 조직인 ‘세포’의 책임자들이 모여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이 대회를 5년마다 한 번씩 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 대회와 관련해 당규약 개정에 따른 조치인 동시에 당대회 과업 달성을 내부적으로 독려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가운데, 경제난 속에서 공포정치의 범위를 대중으로 넓히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영자 연구위원은 19일 발표한 ‘‘내핍과 정풍’ 선언한 북한의 제6차 당세포비서대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경제난 심화로 인한 주민들의 공포와 동요를 막기 위해 이른바 ‘대중적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열린 당세포비서대회는 경제난 심화 속 핵무기 체계 발전에 요구되는 내핍과 규율의 대중적 '정풍운동' 선언이라는 것입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향후 5년의 가장 중요한 전략에서는 대외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국방력 강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살아남을 방법은 내핍과 사상성으로 극복하는 것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정풍운동'과 당내 혁신을 말하는 것인데 결국 내핍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는 측면이 크고, 이를 위해선 사회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현 상황에서 대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은 결국 국방력 강화일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나 신형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경제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아래로부터의 동요와 불안을 ‘대중적 공포정치’로 규율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박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할 때까지 최고지도자와 당에 충성심을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정권 안정화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고위인사들에 대해 잔인한 숙청을 진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공포정치는 권력을 쥔 엘리트들이 주요 대상이었지만, 향후 전개될 ‘대중적 공포정치’는 당원과 주민을 주요 대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이 될 것이며 그 이면에는 체제 위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불안이 내재돼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같은 경제난이 아니라 이른바 ‘돈과 자유의 맛’을 알게 된 북한 내 민심의 이반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향후 5년 동안 북한 내에서 대규모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하지 않는다면 1990년대와 같은 극단적인 경제난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북한의 시장화 과정에서 성장한 행위주체들이 각자 나름의 생존법을 구축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어 북한 당국의 이번 시도가 향후 경제난 가중으로 초래될 북한 주민들의 고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면서, 현재의 대북제재 하에서 북한이 핵무기 체계 고도화를 추진하며 나타날 수 있는 경제난의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그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앞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기동 수석연구위원도 지난 16일 발표한 ‘북한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특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역설한 ‘비사회주의와 반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볼 부분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대회 결론에서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를 비사회주의와 반사회주의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지목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 당국이 이를 전체주의의 덕목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훼손하는 요소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