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3년...올해도 미북관계 난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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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미북 비핵화 대화가 올해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합의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판문점선언 이듬해인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결렬을 시작으로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남북 관계는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해 9월 서해에서 벌어진 한국 공무원 피살,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으로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여기에 신형 코로나 사태와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대통령 임기 말을 맞은 한국 정부 상황 등도 겹쳐 4·27 판문점선언으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 정세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올해도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미북 비핵화 대화의 진전이 필수적인데, 미국 새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우호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 정부가 곧 대북정책 윤곽을 공개하겠지만 이는 제재와 압박, 외교적인 수단을 골고루 쓰겠다는 원칙적인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겠지만 그 수단은 북한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들과의 교류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경우 북·중, 북·러 간 밀착이 더욱 강화돼 미북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홍 북한연구실장의 분석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은 결과적으로 북중 밀착을 더 강화할 가능성, 북·중·러 사이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대치전선을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홍 북한연구실장은 향후 미국이 화해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이 내놓는 대북정책을 지켜본 뒤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공세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한 해 동안 미국과 북한이 신경전과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북한은 저강도에서 중강도 수준의 도발을 반복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미북 비핵화 대화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미국의 역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먼저 양보를 할 만큼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나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결국 남북관계 진전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가 뭔가를 만들어내야 결국 남북대화의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지난 3년 동안의 경험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임 교수는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차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먼저 양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당분간 미북 간 긴장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남북 정상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악화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영향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4·27 판문점선언이 전쟁 종식과 군사적 위협 제거, 평화의 제도화, 남북 교류 협력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내용을 고루 담고 있지만 이 같은 포괄성이 오히려 남북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킨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비핵화 상응 조치, 안전 보장 등 남과 북 양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핵심적인 과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도 남·북·미 간 포괄적 협상 보다는 주도권을 가진 미국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남북 대화에도 우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홍 북한연구실장의 평가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남북관계가 미북, 미중, 한일 관계와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남북 관계를 양자 간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판문점선언에 따른 합의 자체보다는 그 이행이 더 중요해진 만큼 이에 작용하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더 큰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는 판문점선언 3주년이 된 현 시점에 임기를 1년 정도 남긴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를 복원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 교수는 이날 한국의 민간연구기관인 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한 대담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의 수뇌부들도 같은 시각일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새로운 전환점 마련보다는 긴 호흡으로 차기 정부를 위한 마무리에 집중하면서 남북 관계 실패의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