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합의 일부 계승, 북핵 잠정 합의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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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새 행정부와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내려면 싱가포르 합의 등 전 행정부의 대북 성과물을 일부 계승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서울에서 개최한 토론회.

‘4·27 판문점선언·미북 정상회담 3주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2018년 첫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잠정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폐기한 미국 측과 대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 핵합의 당시와 같은 잠정 합의를 추구한다고 할 때, 제 의견으로는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한 미국과 과연 대화를 하려고 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전 교수는 싱가포르 합의 자체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합의문이 미국과 한국이 추구하는 대북정책 목표를 대부분 담고 있는 만큼 새 행정부가 이어갈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올해 초 8차 당대회에서 보인 핵무장 의지와 자력갱생, 친중 정책 등의 노선을 고려할 때 이번에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파기하면 향후 이만한 합의문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전 교수는 또 비핵화 대화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은 한미 간에 합의돼있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북한의 핵개발을 멈추려면 북측에 무엇을 양보할지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미 측으로부터 얻어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북한의 경제발전, 북한의 정상국가화, 미북 간 수교 등 세 가지를 제시하며 이처럼 북한과의 대화에서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일부 계승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북한이 현재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이 모두 주어로 기재돼 있는 싱가포르 합의문의 다른 조항과는 달리 3항은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이미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이 같은 계산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고, 이는 다음 세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장기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워도 포기하는 순간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고, 자녀 세대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그 다음세대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신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5월쯤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대북정책 검토를 내부적으로는 이미 끝낸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 이행 그리고 억제력 강화 등이 그 내용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구체적인 부분에서 기존에 비해 유연한 접근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또 다음 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미국 측이 제시하는 동아시아 전략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다면 미국도 대북 협상에서 한국 측의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올 하반기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