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을 미국·한국과의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분석 및 전망 토론회.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한 문제 논의를 통해 내놓은 결과물이 북한을 미북·남북 대화로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 모색,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얻어낸 것 등을 큰 성과로 간주하고 있겠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입장에서는 미국, 한국과의 대화 재개를 고려할 만큼의 결과는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진척이 있을 때까지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고, 비핵화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에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 :우리의 종착역은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 자체라기보다는 비핵화니까,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서도 합의했다고 보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성 김 인도네시아주재 미국대사를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은 먼저 실무회담을 통해 의제를 조율한 뒤 정상회담을 고려하겠다는 메시지란 분석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적대시정책 철회, 특히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그 근간이 되는 한미동맹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도 북한이 우려할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섣불리 미북 비핵화 대화에 나서는 것 보다는 중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여 북중 관계가 더 밀착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 협상에 과감히 나오는 것 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쪽을 선택해온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현재로선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선언한 전술핵무기 개발의 연장선상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입니다. 어느 수준에서 언제 도발하느냐가 문제일 뿐, 할 것인지 아닌지는 변수가 아닙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버티기’, ‘정면돌파전’ 등의 구호를 꾸준히 내세워 온 것을 언급하며, 지난 30년 동안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양보를 받아온 경험을 재연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로 불가피하게 국경 봉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대화 재개의 장애물로 꼽으면서, 북한이 감염병·대북제재·태풍 피해 등 이른바 ‘삼중고’로 인한 경제난을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가 대화 재개의 가장 큰 변수라고 진단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정면돌파전’을 지속하는 데 경제의 내구력이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체제 특성상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전이되기 힘들다는 점이 북한이 현재 실행하고 있는 이른바 ‘버티기’에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경제가 ‘삼중고’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이는 북한을 초조하게 만들 우려가 크기 때문에 미국의 조기 관여를 통해 도발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관여가 지연되면 북한은 이를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로 받아들여 전략도발을 시도할 수 있고, 이는 미북관계 개선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북중 간 밀착이 심화되면 한미가 대북 관계에서 갖는 지렛대가 약화될 수밖에 없고, 이런 가운데 북한은 반대로 미중 갈등 상황을 활용해 미국의 압력을 분산시키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북한이 8차 당대회 등에서 스스로 성과로 제시해온 싱가포르 합의를 협상 유인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이른바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 도출 등을 통해 북핵 협상 장기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