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중한 입장...미 입장 구체화 후 움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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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의 입장이 구체화된 후에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6일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등이 서울에서 주최한 외교안보 관련 토론회.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토론회에서 미국과 북한이 현재 상호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검토를 마친 미국의 대북정책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얼개가 만들어진 후에야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잘 검토하고 있겠습니다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좀 더 구체화되는 순간까지는 입장이나 정책을 외부에 드러내기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회담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한 점,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하기로 한 점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큰 틀에서 수용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 북한이 4년째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올 여름까지는 내핍과 규율, 그리고 북중 간 협력을 통한 이른바 ‘버티기’로써 경제상황 개선에 전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민족적인 접근보다는 국가 간의 관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한국 측을 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 같은 북한의 변화된 입장을 감안하며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미가 70년의 역사를 가진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 등에 있어서 양국이 계속해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한국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근거리에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서도 외교적인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북 간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백신 협력과 관련해서는 대북 백신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가 간 협력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백신 후진국으로 남아 있으면 동북아시아 지역의 균형이 깨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남북 차원의 백신 협력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995년 대북 경수로사업을 위해 만들어졌던 KEDO, 즉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거론하며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이 ‘백신 차원의 KEDO’, 협력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승대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권한 일부 이양설은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8월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 총비서가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정책 실패 시 책임 회피 차원에서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을 위임했다고 보고했고, 한국 안팎의 언론들도 이 같은 권한 일부 이양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김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잇달아 대미·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것과 북한 관영매체 1면에 김 총비서가 아닌 박봉주, 김덕훈, 리병철 등 당 간부들의 현장지도 소식이 여러 차례 실린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승대 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은 법과 제도를 명문화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김여정 부부장 등이 권력을 이양 받을 만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승대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김정은 집권 시기의 특징 중 하나로 법과 제도의 명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김정은이 권력을 이양할 만한 법적·제도적 명문화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 위임까진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당 간부들의 현장 지도 소식을 관영매체 1면에 실은 것에 대해 간부들이 정책적 자율성을 얻었다는 해석보다는 당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으로 일종의 실무적 차원의 활동을 장려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국정원도 권한 이양설을 제기한 뒤 같은 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선을 그으며 “김정은의 권한이 약화하거나 후계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지도 중심의 수령 통치가 정책 지도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현장지도를 측근들에게 위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