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일 서울에서 외신 대상 기자설명회를 연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한국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과 접촉하기에 앞서 이번 달 안에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문재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북한이 6월 안에 대화에 나선다면 남북미 3자 간 선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희망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전반적인 행태와 현 국면을 냉철하게 분석해볼 때 북한에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문 이사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라는 지난 2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가 북한을 대화로 이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북한이 지난달 31일 관영매체를 통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비난한 것 외에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는 회담 결과를 연구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불만이 있었다면 공동성명 발표 하루 만에라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외무성 등을 앞세워 담화를 통한 비판에 나섰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문 이사장은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접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 것이 미북대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과 그에 따른 남북, 미북 간 긴장 고조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달을 넘기면 대화 가능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보다 미북 관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문 이사장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재 북한에 대해 보이고 있는 입장이 과거에 보여온 강경한 태도와는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이는 미북 관계에 따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미북 하노이회담은 미국 측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 못하면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결렬된 것이라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은 그보다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미북 관계를 점진적으로 진전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 이사장은 또 최근 임명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전임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특별대표는 지난 2008~2011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내고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등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역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문 이사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현재 미국 백악관에서 북핵과 관련해 가장 신뢰받고 있는 김 특별대표와의 대화를 중시해야 향후 미북대화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신설한 ‘제1비서’ 직책에 대한 분석도 나왔습니다.
문 이사장은 북한이 총비서 바로 아래 직책을 신설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일부 권한을 이양하려는 목적일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새 노동당 규약이 이른바 ‘남조선 혁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과 함께 ‘제1비서’ 직책 신설이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신형 코로나 사태가 북한의 외교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내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