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다음 단계는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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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북한의 다음 행보는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과 정치권, 북한 인권단체 등은 이번 사태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북한의 다음 행보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락사무소 폭파처럼 군사합의 파기도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예고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 역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밝힌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라는 다음 수순으로 금세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박 교수는 군사합의 파기가 군사 도발의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기습적인 시도 보다는 해안포 개방 등 보여주기식 도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서는 최근 이어진 북한의 대남공세 의도가 겉으로 내세운 대북전단 살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다며 이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자체를 부정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남북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겠다는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사태가 최근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태인식과 반응이 미흡하다는 북한 측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메시지, 경고성 발언도 하면서 고위급 인사끼리 만나서 대화로 풀자고 제안하는 등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홍 실장은 다만 북한이 아직 향후 행보의 방향을 확고하게 정한 것은 아닐 수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황을 전면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과 16일 북한 총참모부의 공개보도가 이미 결정된 내용을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의견을 접수’한다는 표현을 쓴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북한 총참모부는 이날 관영매체 공개보도를 통해 ‘대남군사적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행동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홍 실장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혔다고 판단하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현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북한 측에 적극적인 대화 제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6·15 남북 공동선언과 4·27 판문점 선언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북한이 신속하게 개성공단 완전 철거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후 북한이 개성공단 지역을 군사적 용도로 다시 활용하려 하겠지만 이는 한국사회 내 여론 악화와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대북 정책과 관련 인선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검토하고 시급히 획기적인 정책 전환과 인적 쇄신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의 우려도 이어졌습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북한이 공단 입주 기업들의 창구 역할과 남북 간 완충 역할을 해온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 지금까지 모든 입주 기업들에게 남북 간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해준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것은 북한이 한국의 현 정부와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표현을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이는 정말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북한이 대남 공세의 구실로 내세운 대북전단 살포 문제 때문에 최근 한국 내 탈북민 사회가 받아 온 비난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 북한이 남북관계의 어떤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에 씌우려고 하는 것인데 대북전단을 구실로 삼은 것이잖아요.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전단 때문에 현 상황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이 걱정이 됩니다.

북한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가 한국 국민들에게 남아 있던 남북 대화에 대한 지지까지 날려 보낸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 워킹그룹 대표 : 한국 정부가 공들여 내놓은 연락사무소라는 가시적 공간을 과시하듯이 폭파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이를 다 지켜보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한껏 끌어올렸다며 향후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이 갖고 있는 북한 내 인권침해와 핵문제 간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내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 같은 행위를 벌이는 것은 남북관계에 큰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한 각오로 대처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한국 정부가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은 북한의 이번 행태가 일체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반이성적인 폭거이자 정상국가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