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공세,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준비했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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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현재 북한이 벌이고 있는 대남공세가 지난해 하노이회담 결렬 후부터 장기간 준비해 온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외교안보 관련 토론회.

북한이 연일 한국을 비판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한 현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북한의 현 대남 전략이 이미 지난해부터 준비돼온 것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최근 북한의 노선이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부터 설정됐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 6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서 충격에 빠져서 돌아온 것인데요. 그러고 나서 50여 일 동안 절치부심하고 있다가 4월 12일 시정연설을 하러 나타났습니다. 시정연설 문구를 지금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 때 이미 노선은 결정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북한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이미 담겨 있었고, 이후 6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과 9월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은 이를 재확인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을 자극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대북전단은 오히려 다양한 대남 조치를 시작하기 위한 명분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도 과거와 달리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대북전단 내용 때문에 동요할 것이란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북한의 태도를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누적돼 온 한국 측에 대한 불만과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입니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 내에서 대북전단 관련 군중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대남 비난이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 관영매체에 실리고 있는 것도 현 상황이 북한 당국의 계획 하에 조성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북 비핵화 대화 결렬로 북한 당국이 대내적, 경제적 정면돌파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지만 대북전단 살포와 한국 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등 최신무기 도입,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등 외부적인 장애물이 늘자 이른바 ‘대외적 정면돌파전’을 통해 대내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를 기점으로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전엔 북한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방역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담화 이후엔 북한 당국의 여러 기관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한국과는 다른 북한 특유의 체제, 다시 말해 북한 체제 훼손과 최고존엄 모독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이번에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양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본인 이름으로 담화를 내며 한국 정부 비난에 앞장선 것과 관련해 김 제1부부장의 위상 강화와 신형 코로나 국면 이후 민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목적, 이른바 '한국 때리기'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목적 등 다양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또 김 제1부부장이 한국을 비난하고 이후의 행동권한을 군부에 넘긴 것은 과거와 달리 군부가 앞서는 것이 아니라 당·정에서 결정한 사안을 군부에 위임하는, 이른바 당 중심의 영도체제 정립을 보여준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향후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과 관련해서는, 미북대화 교착과 대북제재, 미중갈등 등 구조적인 틀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독자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 평화 정착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돌발행동을 통해 올 연말 미국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국 정부를 설득해 조기 미북협상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