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통일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해야 하며 한반도의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에 대화와 협력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했다며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당 총비서.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18일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는 결국 대화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화와 협력을 촉구했습니다.
차덕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가장 좋은 길은 대화와 협력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당 전원회의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지속적으로 주시해 나가겠다면서도, 김 총비서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의 발언을 대결보다는 대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당 전원회의 메시지가 예상보다는 수위가 높지 않았다며, 이는 대결보다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G7, 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공동성명도 북한을 압박한 상황에서 대화와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언급한 것은 기존의 ‘강대강, 선대선’ 원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것은 기존의 '강대강, 선대선' 원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선으로써 접근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지금 대화 제의가 오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의 배경에는 현재 겪고 있는 신형 코로나 사태와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 위기가 깔려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이번 메시지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으로 오는 21일 열릴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도 영향을 줘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김 총비서의 이번 발언에 대해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외교 및 단호한 억지를 강조했던 것과 유사하다”며 북한이 미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는 것입니다.
정 센터장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북한도 그동안 대미정책을 재검토한 후 유사한 접근법을 선택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특히 김 총비서가 이번에는 미국에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지 않은 점을 그 근거로 들면서,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향후 어떤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지에 따라 미북대화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제시했던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입장을 바꿔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 김정은 총비서 스스로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는 행보와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직접적인 비판은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을 통해서 해왔는데, 이번 메시지도 그런 측면에서 읽는 것이 진의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이 현 정세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 하에 대화를 시사한 것일 수 있다며, 이번 메시지도 어려운 선택을 다시금 미국 측에 넘기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