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일정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5일 한국 통일부와 연합뉴스가 서울에서 주최한 ‘2021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고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김한권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하고 있다며, 자유주의 시장으로 세계 경제 점유율에서 중국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계 경제 점유율로 볼 때 24%를 차지하는 미국에 일본, 독일 등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국을 합쳤을 때 5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지만 중국은 17% 정도에 그쳐 러시아와 이란 등과 협력해도 구도가 기운다는 것입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이 자유진영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대해서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것입니다. 세계 GDP 1~10위 국가들 중 중국과 브라질을 제외하더라도 8개 국가들이 총 48.73%의 시장을 형성합니다. 20위까지 본다면 스페인, 호주, 멕시코, 네덜란드, 스위스까지 합치면 거의 60%에 육박합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에 선제적으로 이른바 ‘제한적 손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한미 간 밀착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미리 물밑에서 중국과 협의해 선제적으로 틀을 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중국이 여전히 한국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미중 경쟁 상황은 한 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선포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명히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극단적인 경우 양국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위치중 한 곳이 바로 한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효용이 없다”며 “미중 관계가 제로섬, 즉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그만큼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한국도 일정 부분은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하면서 원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한·중 관계에 다소 타격이 있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이 수년 내에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소개하며 한국이 미국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핵 문제에서도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어떤 방안을 제시해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며, 이를 중국을 포함한 4자회담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미 연방 하원의원들도 화상으로 참석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 산하 아시아태평양·중앙아시아·비확산소위원회 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은 한국에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 ‘쿼드’ 참여를 촉구하면서 “한국이 호주·일본·인도와 함께 쿼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라 의원은 미국이 추후 전선을 확장하면 중국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며, 당장 신형 코로나 백신 공급망과 재료 분야에서 미·중 협력이 이뤄진다면 감염병 사태를 조기 종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최근 북한이 보인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큰 흐름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과 미북 싱가포르 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를 존중하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지나온 협상들에 기초해 연속성을 갖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은 전에 없던 좋은 여건”이라면서 북한에 대화 복귀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앞서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은 각각 지난 22일과 23일 미북 접촉과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담화를 잇달아 내놓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