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단체 청문 실시...단체측 “위헌적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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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 등을 해온 한국 내 민간단체들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며 사실상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9일 오전 서울의 남북회담본부에 나온 한국 내 탈북민 단체 ‘큰샘’의 박정오 대표.

한국 통일부가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 등을 해온 ‘큰샘’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박 대표를 소환한 것입니다.

청문은 행정기관이 국민의 권리·의무를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행정 처분을 하기 전, 당사자가 유리한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반박할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입니다.

한국 정부가 사실상 ‘큰샘’에 대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설립허가가 취소되면 ‘큰샘’ 등은 향후 지정기부금 모집단체 지정에서 해제돼 기부금 모집 과정에서 받아 온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는 등 모금 활동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 : 통일부 등록이 취소되면 지정기부금 모집단체에서 해제가 됩니다. 그 후속절차에 따라, 해제시 공식적으로 모금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활동을 법인설립 목적으로 내세운 ‘큰샘’이 쌀 보내기 운동 등을 해 온 것을 설립허가 취소 사유로 들었습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5일에도 ‘큰샘’이 올해 들어 모두 8차례에 걸쳐 쌀과 휴대용 저장장치(USB), 성경 등을 넣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에 보냈다며 당초 밝힌 법인 설립 목적 이외의 사업을 수행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청문을 마치고 나온 박정오 ‘큰샘’ 대표는 통일부 입장에 반박했습니다.

박정오 큰샘 대표 : (청문에서) 북한 동포에게 쌀과 마스크를 보낸 것이 단체 설립목적 외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했습니다.

박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북한에 쌀과 마스크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통일부의 주장과 달리 성경책이나 USB를 보낸 일은 없다며, 큰샘의 활동은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이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특정 단체들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 시도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헌 변호사 : 대북전단과 쌀 보내기 단체 대표들을 성립하지도 않고 맞지도 않는 혐의로 형사 처벌하려고 하고 있고, 이들의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하려는 한국 정부의 조치는 위법·부당하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만일 법인설립 허가가 취소된다면 이에 대한 효력 정지 처분과 행정소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다퉈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큰샘’과 함께 청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박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통일부가 보낸 처분사전통지서를 수령하지 못했을 뿐 향후 청문 절차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1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 등을 단속할 근거가 없다던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에 이어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까지 거론하며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여러 차례 반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