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발 ‘통일부 폐지론’...국회서 공방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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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제1야당 대표가 제기한 통일부 폐지 필요성을 둘러싸고 국회 내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부처 존폐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한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 부처 중 하나인 통일부 폐지 필요성을 제기한 제1야당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주말 동안 이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이의 설전이 벌어진 가운데, 한국 국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12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부를 가리켜 수명이 다했거나 역할이 없는 부처라며 폐지론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통일부를 이른바 ‘특임 부처’라며, 생긴 지 20년이 넘어 그 특별 임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특히 통일부에 대해서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한국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했는데, 통일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조직은 수명을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여당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의 주장이 ‘통일이 되지 않으니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격이라며 이는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당의 강병원 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주장은 철학적 빈곤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이른바 ‘작은 정부론’은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사실상 용도 폐기된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08년 초 제 17대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외교부와 통일부를 합치는 개편안을 제시했고, 이는 지휘부 부재로 인해 효과적인 대북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반론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통일부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며, 남북 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앞당기기 위해 존속되는 것이 마땅하고 더 발전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통일부 폐지론’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준석 대표의 관련 발언이 통일부의 역할에 대한 지엽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통일부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나 북한 내 인권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부처가 창설된 지난 1969년부터 국가 대 국가 관계, 즉 외교부 차원에서는 진행하기 힘든 남북 간 특수 관계 상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왔다는 것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국가 관계에 있어서의 '외교'와 특수 관계인 남북관계는 서로 다른 것입니다. 외교부에서 통일 정책을 펼친다고 했을 때 북한이 이 같은 접근을 수용할 것인지, 중국·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들이 한국의 이런 시도를 받아들일 것인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부에 통합시킨다는 발상을 하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교수는 또 남북 관계에는 현재의 미·중 갈등이나 초유의 신형 코로나 사태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를 다 배제한 채 최근 수년간의 상황을 두고 부처 폐지론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준석 대표의 폐지론이 최근 통일부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을 반영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출범 후 대북정책 검토에 상당한 기간을 투자했듯이 갑자기 부처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문제의식은 결국 최근 보인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대북정책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이고, 한국 정부는 이런 비판에 기반해서 신중하게 정책 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 센터장은 통일부를 외교부에 통합시키자는 주장과 관련해선, 남북 간 교류 협력 등은 외교부 차원에서도 진행할 수 있겠지만 탈북자 관리나 남북 협력 기금 관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문제 등 일부 특수한 역할은 통일부의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