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말 이뤄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27일 전격 복원된 남북 간 통신연락선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하태경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통해 매일 두 차례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또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한 차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함정 간 국제상선통신망은 3일부터 정상적으로 교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 복원 7일 만에 한국 측의 함정 간 국제상선통신망 호출에 응답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부승찬 한국 국방부 대변인 :아시다시피 동·서해지구 통신선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고, 서해지구 국제상선통신망에서도 3일 오전 북측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비롯해 함정 간 국제상선통신망까지 정상 가동되면서 남북 군사 소통 통로는 완전히 복원된 상황입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호응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 간 두 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고, 판문점 선언 이행 여건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당국 간 긴밀한 대북 정책 조율 결과를 주시하며 한국 정부가 향후 미북 관계 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미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광물 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 생활필수품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생활필수품에는 평양 상류층에게 배급하기 위한 고급 양주와 양복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한국이 제안한 바가 없다”고 밝혔고, 남북이 판문점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관련 담화 발표에 대해서는 “북한이 근본 문제로 규정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선결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미 간의 협의와 한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국민의힘은 지난 2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일제히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뒤통수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며칠 만에 제거됐고 흉터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벼운 걸음걸이와 깊숙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장면들을 볼 때 건강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김병기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국정원이 건강이상이 없다는 징후로 판단하고 있는 근거는 굉장히 가벼운 걸음걸이, 그리고 깊숙하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장면 등을 볼 때 크게 건강이상 징후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달 30일 김 총비서의 전군 지휘관·정치 간부 강습회 주재 소식을 보도하면서 공개한 사진에서 뒤통수에 손바닥만한 파스를 붙인 김 총비서의 모습이 노출된 데 대한 것입니다.
국정원은 김여정 부부장에 대해서는 “대남·대외 담화를 수시로 발표하는 등 외교·안보를 총괄하고 있는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태경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여정은 7월 8일 금수산 궁전 참배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다가 지난 1일 담화를 발표했는데, 대외전략을 숙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은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동향과 관련해서는 “금년도 곡물 부족 사정이 악화하자 전시 비축미를 절량세대, 즉 곡물 공급이 끊어진 세대를 비롯해 기관, 기업소 근로자에게까지 공급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민감해하는 쌀 등 곡물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7월 중순 이후 지속된 폭염으로 인명 피해 및 농축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7월 1일부터 9월 10일 사이에 진행되는 북한 군 하계훈련을 정상적으로 개시했지만 폭염으로 야외 훈련을 최소화하고 피해 복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의 지난해 산업 가동률은 석탄 수출 중단, 광산 침수, 원자재 부족 등으로 예년보다 5%포인트 하락한 25%에 불과했다”며 “상반기 북중 간 무역은 6천 575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보다 84%가 급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상황과 관련해선 “발생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이날 화상으로 열린 한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관계 발전 방안과 한반도 문제 등 지역 정세를 논의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장관은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등 최근 한반도 내 진전 상황을 아세안 측에 설명했고,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아세안 측에 당부했습니다.
이에 아세안 국가들은 남북 통신연락선 재개를 환영하면서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고 기존의 남북·미북 간 합의를 기반으로 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