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재의 남북 간 정치적·군사적 긴장 문제 해소 없이 교류협력이나 인도적 지원만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진성준 의원실이 13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외교·안보 관련 토론회.
한국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협력이나 인도적 지원, 신형 코로나 백신 및 방역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적·군사적 긴장 해소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군사적 적대구조와 위협행위, 한미 연합훈련, 북한 인권문제 제기, 대북제재 등을 이른바 ‘본질문제’로, 남북 교류협력과 대북 인도적 지원, 백신 및 방역 협력 등을 ‘비본질문제’로 나누면서 북한이 본질문제 선행 없이는 신뢰구축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비본질문제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본질문제에는 본질문제로 답을 해야 하고 비본질문제에 대해서는 비본질문제로 협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본질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비본질문제에 대한 대답을 하면 대화가 안 되는 것입니다.
홍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신형 코로나 백신 등 방역 협력이나 식량 지원 등 ‘비본질문제’를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접근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북·남북 간 합의 내용의 핵심도 결국은 북한과의 적대관계 등 본질문제인 만큼 한국 정부도 이를 대북 관계에 있어 핵심적인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비난 담화가 무력 도발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담화에서 “우리 정부와 군대”가 예의주시하겠다고 한 것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 11일 담화에서 “엄청난 안보위기”를 언급한 것 등은 일회성이 아닌 순차적인 대응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내용으로는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 단계적 원상복구 조치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무력시위를 한다면 그 목적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환기하고 미국의 대외정책 가운데 자신들의 우선순위를 높이려는 것일 가능성이 큰 만큼, 대화의 판 자체를 걷어차는 형식의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남북 간 비본질적 의제들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돼야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임 교수는 근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야 현재 절실한 인도적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명분과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측이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지난달 말 이뤄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결국 상호 신뢰와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제대로 조성해보라는 과제를 한국 정부에 넘긴 것이지만, 남북 관계를 단기간에 개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은 단기적인 남북관계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차단하면서 좀 더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 교수도 김여정, 김영철 담화를 근거로 북한이 연합훈련 중단 요구로 한미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군사적 적대행위 감행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군사력 강화 차원에서 적정 수준의 연속적인 무력시위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그 수위가 미국이 제시한 ‘레드라인’, 즉 금지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연초부터 국가경제, 민생경제 관련 현안 해결에 치중하고 있고 특히 올해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악화된 민심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이 당면한 식량 문제와 자연재해 피해 복구, 감염병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도 도발 수위 예측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