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대북제재와 미북대화 정체 등 대외관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른바 '그럭저럭 버티기' 전략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4일 서울에서 열린 외교안보 관련 토론회.
북한의 대미, 대남관계 등 대외정책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이뤄졌습니다.
임상순 평택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대북제재와 미북 비핵화 대화 정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인내를 갖고 장기간 기다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른바 ‘그럭저럭 버티기’ 전략에 돌입했다는 것입니다.
임상순 평택대 교수 : 북한은 '그럭저럭 버티기' 전략으로 갈 것입니다.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진 상태지만 장기간 기다리다 보면 미국에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등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임 교수는 탈냉전 이후 지난 30년 동안 미북 관계는 변함 없이 강대국과 약소국 관계였으며 북한이 미국에 생존권과 발전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필수적인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미북 대화가 필수적이지만 변방의 약소국인 북한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핵개발이 필요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의 핵 개발에는 군사적인 목적은 물론 핵무기를 방패 삼아 미국과의 대화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이른바 ‘대화와 방패’ 전략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창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책연구위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과거 국방에 뒀던 무게중심을 경제 쪽으로 옮겨 집중하고 있으며 외교와 군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뿐 아니라 신형 코로나와 기후변화 등 다양한 외부적 문제를 직면하고 있고, 이를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이 정책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결과를 통해 내세운 ‘자력갱생’, ‘정면돌파전’은 오히려 미국과의 장기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창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책연구위원 : 자력갱생, 정면돌파전은 절대 북한이 문을 닫아 걸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미북협상을 고려해 내세운 것입니다.
이 정책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북한이 이 같은 외부 문제 해결을 위해 급진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시험발사를 단계적으로 시도하다가 중·고강도 도발로 급진전시켜 한반도에 군사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새로운 길’이 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게 하려면 한국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 시도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제언했습니다.
신대진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비핵화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 하는 반면 북한은 핵억제력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 선임연구원은 지난 2018년의 남북미 대화 분위기도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다음 단계로써 대미, 대남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조성될 수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