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적절한 시기 방한...대북 한미공조 필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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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중단을 요구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맞춰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시의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23일 한국의 경제사회연구원이 온라인에서 주최한 대담을 통해 이번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한국 방문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김여정, 김영철의 담화로 한미 연합훈련을 거칠게 비난하고 지난달 말 복원한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단절시키는 등 이른바 ‘판 흔들기’에 나선 현 시점에 한미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이런 시점에 한미 간의 공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각자 판단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공유했겠지만, 미국의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국 외교부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만나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비난에 나선 배경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훈련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어떻게 대화로 이끌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가 북한의 한미 훈련 기간 혹은 그 이후 도발을 염두에 둔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입니다.

북한의 김여정과 김영철이 이달 초 비난 담화를 통해 무력시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미국 측이 아프간 사태를 의식해 동맹에 대한 도발이 이뤄질 경우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북한이 의식하고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미국 입장에서는 탈레반이라는 세력과 김정은의 북한은 거의 비슷한 이미지로 보일 것입니다. 인권을 침해하는 일종의 비문명적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양보를 하고 유화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만큼 미국 국내에서의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또 미국이 아프간 사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도발을 감행했을 때 미국의 주의를 끌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꼽았습니다.

다만 북한이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성 김 대표의 방한 시기에 맞춰 이를 실행할 낮은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박 교수는 한미가 연합훈련 등을 통해 대비태세를 강화할수록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의 효용성은 낮아지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핵 개발을 촉진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이는 결국 대북 협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필요한 경우 한국 정부가 단호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북한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기 위한 정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향해 금지선을 넘은 행동과 비난을 했는데 한국이 대화를 이어가겠다며 대응을 자제했기 때문에 그 금지선이 없어진 상태나 마찬가지가 됐습니다.

신 센터장은 향후 북한이 재차 도발을 해올 경우 그에 상응해 군사적인 고려 뿐 아니라 국제정치적인 상황, 그리고 한반도 상황 관리까지 고려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북측에 제시하고 있는 남북 합작 사업은 철광석 수출 허용과 원유 수입 허용 등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 혹은 완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며, 남북 대화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