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가 미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은 26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방한하면서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거듭 전달한 것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노선 변화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 김 대표가 방한 기간 중 한국 정부와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협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북한 비핵화보다는 북핵의 안정적 관리로 노선을 바꾸려는 기조를 한국 측에 전달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아프간 사태에 대한 부담 때문에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우선권을 한국 정부에 부여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를 꾀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과 방역 협력의 폭을 넓히는 데 동의했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습니다.
앞서 성 김 대표는 방한 기간 중인 지난 23일 “미국은 남북 간 인도적 협력을 지지한다”며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태 의원은 미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에 동의해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져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이는 내년 한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행사로 소비돼 오히려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현 행정부의 대외 문제 가운데 북한 문제가 충분한 우선 순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한국 내에서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NK포럼’에서 미국의 현 행정부가 대북 문제에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탑다운, 즉 하향식 의사결정과는 달리 바텀업, 즉 실무단 차원에서 결정권자로 거슬러 올라가는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기존에 비해 훨씬 큰 동력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과정이라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23일 'NK포럼'): 미국은 현재 상향식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향식으로 접근할 때보다 훨씬 강한 동력이 외부에서 가해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성 김 대표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수준의 접근은 현 상황에서 타개책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같은 날 열린 온라인 대담에서 미국이 아프간 사태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 북한이 도발을 한다해도 의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지난 23일 경제사회연구원 대담):미국이 아프간 사태에 점점 빠져 들어가는 상황에 북한이 웬만한 도발을 한다고 해도 이것이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세종연구소도 지난 25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6개월 동안 내놓은 주요 법안과 행정명령 등의 내용으로 볼 때 미국 국내문제 및 중국과의 전략경쟁으로 인해 북한 문제가 당분간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