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포착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추정되는 움직임과 관련해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종석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31일 재가동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관련해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예상됐던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한국 통일부가 주최한 ‘2021 한반도 국제평화포럼’에서 미국이 이른바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전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한 범위 내의 도발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을 하지 않고 핵시설 가동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낮은 단계의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결국 ‘미북 간 불신 해소’라는 원론적인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중 간 전략경쟁 가운데 양국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어 최근 북한이 중국 측에 밀착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이전에는 어떤 의미 있는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지키면서 중국을 통해 미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하기 전에는 미국과 어떤 의미 있는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중국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최근 북중이 더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결국 군사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 등 핵능력 과시와 미사일 발사, 대남 도발 등 크게 세 가지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역사적으로 ‘벼랑끝 전술’을 꾸준히 활용해온 만큼 한국과 미국, 중국 등 북한 문제 당사국들이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기 전에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방법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같은 토론회에서 현 상황에 북한 핵협상이 일괄 타결 방식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이나 2018년 남북·미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화해·협력 의사를 밝힌 바 있다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이끌어낸 뒤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한반도 평화 정착방안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지난 5월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 측에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라는 신호를 줬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 뿐 아니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신뢰를 받는 실무진과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이제 고위급뿐만이 아니라 실무급에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신뢰를 받는 이들, 그리고 그 지시 사항을 이행하는 이들과도 긴밀히 대화해야 합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남북미가 우선 통로를 열고 마주 앉아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북제재 하에서도 북한 주민의 인도적 어려움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목소리라며, 대북 인도적 협력은 대북제재와 별개로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 같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과 관련해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는 이 같은 상황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며 외교적인 해법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표명했다”며 한미가 일치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 조짐을 언제 파악했느냐는 질문에는 “정보 사안을 일일이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한미 양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핵 활동과 미사일 동향을 면밀히 살펴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