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용한 ‘정권수립 72주년’...태풍 피해복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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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은 9일 72번째 정권수립일을 맞아 자축 대신 최근 불어 닥친 태풍 피해복구를 강조했습니다. 경제계획 전면 재검토 방침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마이삭’ 피해로 연말까지 내세웠던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며 전면 재검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예상치 않게 들이닥친 태풍 피해로 국가적으로 추진하던 연말 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방향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로 올해 경제계획을 수정할 뜻을 밝힌데 이어 5개월 만에 또다시 계획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당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려던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계획을 취소하고 태풍피해 복구에 물자와 인력을 총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피해 복구 시점으로 연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다음 달 당창건 기념일까지 복구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내용을 보면 연말 투쟁 과업을 전면적으로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연말까지는 모든 피해를 100% 복구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10월 10일까지도 복구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사태에 태풍 피해까지 겹쳐 북한이 기념일에 대규모 행사를 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며 사실상 북한의 국가 체계가 마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다음 달 당창건 75주년 기념일을 대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열병식 준비조차도 버거운 상황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당창건 75주년을 대비한 열병식 연습으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정권수립일을 맞았지만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이날 태풍 피해복구 필요성과 그 의지를 다지기 위한 궐기대회 행사 소식 등을 전했을 뿐 정권수립일 관련 행사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기념일을 자축하기보다는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잇달아 농경지와 광산, 주택을 휩쓸고 간 자리의 피해 복구와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데 그친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정주년, 이른바 ‘꺾이는 해’가 아닐 경우 중앙 보고대회와 연회 위주로 비교적 소규모 행사를 치러 왔고, 태풍 ‘링링’으로 피해를 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풍 피해가 겹치자 정권수립일을 조용히 보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의 72번째 정권수립일을 기념해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축전을 보내왔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통해 자신이 북중 관계발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양국 관계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