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 정부 ‘한국민 피격 사망’ 규탄 하루 만에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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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정부가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을 강력 규탄한지 하루 만에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한국 공무원이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측에 공식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국 청와대 앞으로 보낸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신형 코로나 상황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서훈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북한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기자설명회를 통해 발표한 김 위원장의 사과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하고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문 대통령이 전날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한 답변으로 풀이됩니다.

통지문에는 김 위원장 뿐 아니라 북한 지도부의 입장도 포함됐습니다.

북한 측은 이번 사건을 가리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했다”며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고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남북 사이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북한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한국 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북한 지도부는 이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남북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은 통지문을 통해 이번 피격 사망 사건의 경위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군은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인근 북한 영해에서 ‘정체불명의 남성 1명을 발견했다’는 수산사업소 부업서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피해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지만 얼버무리며 불응함에 따라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피해자가 마치 도주할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장의 결심에 따라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의해 10여 발의 총탄으로 사격했고, 이 때의 거리는 40~50m 정도였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측은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 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지만 피해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북한 군은 피해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해 타고 있던 부유물을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 군이 현장에서 시신을 훼손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부인한 것입니다.

북한 측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만행’, ‘응분의 대가’ 등의 표현을 쓴데 대해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을 썼다’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신형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각각 발송한 친서 내용을 공개했고 여기에는 신형 코로나 위기 극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 만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미국 등과 공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전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발표한 정부의 입장을 전 세계 재외공관을 통해 각국에 알리고 주한 외교사절에도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 :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등 정부 차원에서 나온 여러가지 성명, 그리고 추가적인 설명 자료를 전 재외공관을 통해서 각국에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주한 외교사절에 대해서도 전화와 추가적인 면담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해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전날 이번 사건을 ‘반인륜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규탄한 뒤 사과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강 장관은 외통위에 앞서 열린 ‘아시아소사이어티’ 화상회의에서도 “한국은 북한 군의 충격적이며 반인륜적인 행위를 규탄했으며 평양에 이 범죄를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27일 미국으로 출발하는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이 사건이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전날 미국 국무부와 이번 사건 관련 상황을 공유했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도 통화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 방안을 여러가지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피해자가 북한 군의 총격으로 살해되는 과정에 김정은 위원장이 개입한 정황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해서 지시받은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국정원장은 그러면서 “주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한국이 보낸 통지문을 북한이 받은 것을 보면 최소한 김 위원장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서해교전 당시처럼 현지 사령관 등 간부 지시로 움직인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며 감청 등에 의한 정보 상으로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의 사체와 관련해서는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 사체 수색을 요구하고 원인 규명에 협력을 구하는 한편 한국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국정원장은 이어 피해자의 월북 의사 표명 여부와 관련해 정보상 본인이 월북했다는 표현이 있어서 국방부가 그렇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의 통지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또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으로선 상당히 이례적이고 진솔한 사과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전해철 한국 국회 정보위원장 : 이번에 '미안하다' 또는 사과의 표시를 한 것은 표현의 수위나 서술 방법 등을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고 진솔하게 사고하지 않았나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빨리 사과를 해왔다며 북한 측도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정인 한국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와 관련해 “통지문이 청와대로 왔다는 것은 통신선이 사실상 복원됐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 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도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현 상황이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대응하는 과정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정부 발표와 달리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서는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관계장관회의 과정에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후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을 지난 22일 오후 최초로 발견했고 같은 날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 군이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해당 사건을 북한 측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사과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강하게 요구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