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미북 비핵화 협상 갈 길 멀어...‘검증’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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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 이후의 검증 단계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

27일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검증’ 단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센터장: 연말에 합의를 한다고 해도 내년에 있을 검증단계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증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센터장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당장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연내에 열릴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려 있지만 이후에도 중요한 검증 단계가 남아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년여 간 진행된 이른바 미북 비핵화 협상 ‘1회전’은 북한이 이겼다고 본다면서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장의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결국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최근의 ‘한반도 비핵화 1회전’에서는 이겼지만 아직 최소한 15회전 이상이 남아 있다고 표현한 데 따른 설명입니다.

윤 전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한국, 중국 등과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국가 정상으로서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면서도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기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한·미는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동결하면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북한은 올해 열 차례나 미사일 등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핵무기 감축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비핵화 1회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겼다고 봅니다.

앤드루 김 전 센터장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문제 뿐 아니라 인권 문제에도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과거 자신에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소모되는지’를 물어온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 정부는 북한이 무기 개발을 멈춰야만 북한 주민들에게 풍부한 식량 등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의 대북제재가 과거와 다른 점을 묻는 질문에는, 과거의 대북제재가 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현재는 자원을 독식하는 북한의 특권층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센터장은 또 최근 북한문제에서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양국 간에 수많은 대화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현직에서 북핵 문제를 다뤘을 당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한국 측에 연락해 미북 간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알렸던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북핵 협상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 경험도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은 부친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에 급히 최고지도자 자리를 승계해야 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다급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직접 만난 김 위원장은 매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나이가 어린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독대하면서도 편안한 태도로 대화에 임했다면서 정상회담을 잘 준비했을 뿐 아니라 날카로운 질문도 여러 차례 던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센터장은 지난해 말 사임하기 전까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성사에 깊이 관여하는 등 현재 진행 중인 미북 비핵화 협상 등 양측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힙니다.